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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의과대학 증원을 비롯한 의료 개혁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한 51분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를 두고 여권에선 감정보다 논리를 우선하는 국정운영 스타일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1만 4000자 분량의 담화문에 빼곡히 담긴 의대 정원 관련 통계와 수치가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2000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며 근거를 댔다. 영국·프랑스·독일의 의사 수를 우리나라 인구 기준으로 환산하며 “모두 우리나라 의사 수 11만 5000명보다 크게 높다”고 말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의사 수와 국내 의사들의 감소한 근로시간도 구체적 퍼센티지(%)로 제시했다.

논리와 합리성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은 의료 개혁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1기 장관으로 재직했던 여권 고위 인사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법조인 출신이다 보니 정책이 합리적이고 말이 되면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며 “정치적 고려는 크게 하지 않아 장관으로 일하기가 편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윤 대통령이 불통이란 지적에 “논리적으로 설득이 되면 대통령은 바로 움직인다. 납득하기 어려운 비판”이라는 입장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충남 당진시 당진전통시장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당진살리기' 지원유세에서 정용선 충남 당진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논리와 합리성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이 총선을 앞둔 여당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정치는 논리가 아닌 감정과 인식의 영역에 가깝다(국민의힘 초선 의원)”는 것인데, 특히 주요 현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실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여권의 최대 악재로 꼽힌 ‘이종섭·황상무 사태’와 관련해 결정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당에선 “거취를 즉각 정리하라”는 요구가 잇따랐지만, '언론인 회칼'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은 논란 엿새 만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는 임명 25일 만에야 물러났다. 이 대사는 호주 출국 뒤 귀국 명분을 만들려 방산회의를 급조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채 상병 사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차량에 탑승하던 모습. 김현동 기자
여권 핵심 관계자는 “특히 이 전 대사의 경우 야당의 공격이 논리적, 법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자 국익에 배치된다는 입장을 윤 대통령이 고수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직 국방부 장관인 이 전 대사를 해병대 채모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평시 군인 사망사건 수사권은 경찰이 갖고 있어 외압 자체가 법적으로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의료개혁 담화와 관련해서도 메시지의 방점은 여권이 요구한 ‘2000명 증원 유연성’에 있다고 강조한다. 담화문 중 윤 대통령이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법”이라고 언급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담화문 대부분을 ‘2000명 증원 정당성’에 할애하며 이런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의료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성이 잘 느껴졌다”면서도 “지금은 리걸마인드가 아닌 폴리티컬 마인드가 필요한 때”라고 타협을 요구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과학적 근거로 의료개혁을 추진한다는 점은 충분히 들었다”면서도 “당장의 어려움을 겪는 중증 환자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은 잘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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