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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방치'에 후유증 얻은 전덕환씨
10년 지나 유공자 인정
"다친 군인들 용기내 권리 찾기를"
서울시청년부상제대군인상담센터의 도움으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부상제대군인 전덕환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2013년 12월 겨울,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부대에서 복무하던 전덕환(당시 20세) 병장은 갑자기 오른쪽 어깨에 저릿함을 느꼈다. 보급품을 나르는 길목에 만들어진 얼음판을 없애기 위해 망치로 얼음을 깨는 작업을 2주일 넘게 밤낮으로 계속할 때였다. '며칠 지나면 낫겠지' 생각했지만 저릿하던 어깨는 점점 돌덩이처럼 무거워졌고 손끝 감각은 무뎌졌다. 군 병원에서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라고 했지만, 작업과 훈련을 멈출 수 없었다.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전덕환씨는 "팔이 몸에 붙어있지 않은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고참들은 "특별한 부상이 아닐 것"이라며 아픈 티를 내지 말 것을 은연 중 강요했다. 전씨의 어깨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됐고 2014년 4월, 대형병원에서 어깨회전근개 파열 진단을 받았다. 그는 "상급자들은 부대원이 부상이라는 게 공식화되는 걸 꺼리는 바람에 부모님이 나서 설득해서야 겨우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군 복무 중 사고를 당한 청년유공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은 서울시청년부상제대군인상담센터 실장, 모델 이찬호씨, 오 시장, 하재헌 전 중사. 연합뉴스


만기 제대 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도 했지만 어깨의 불편함은 가시지 않았다. 재활치료로 버텼지만 2022년 통증이 극심해졌고 전씨는 문득 '나라를 지키다 다쳐서 이렇게 아픈데 대가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한 전씨의 싸움은 이때 시작됐다. 처음에는 별 기대가 없었다. 복무와 질병과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일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전씨는 우연히 '서울시청년부상제대군인상담센터'가 개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센터는 무료로 변호사를 선임해 행정심판, 요건심사 등 국가유공자 신청절차를 도와줬다. 1년간 변호사와 함께 심사를 준비했고 마침내 지난해 11월 심사를 통과해 국가유공자로 등록했다.

이주은 서울시청년부상제대군인상담센터 실장. 이주은 실장 제공


전씨가 도움을 받은 서울시청년부상제대군인상담센터는 지난 2022년 3월 지자체 최초로 문을 열었다. 센터 개소의 공로자는 이주은(30) 실장이다. 이 실장 역시 2019년 장교로 군 복무를 하다 지뢰를 밟아 왼 발목 아래를 잃은 국가유공자다. 장기복무의 꿈을 접고 전역을 한 그는 부상 군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던 중 목함지뢰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전 중사의 소개로 2021년 6월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부상제대군인을 위한 지원센터를 만들어달라"고 제안했고 오 시장이 이를 받아들여 센터가 개소했다. 센터 구상 단계에서부터 개소까지 이 실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센터는 지난해 보훈상담 392건, 국가유공자 등록 지원 3건, 의료자문 6건, 소송대리 3건 등 부상제대군인을 돕는 기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센터는 보훈신청을 하려 해도 중앙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부상제대군인들의 유일한 희망이다. 전역 예정자들은 현역 군인이라 국가보훈부나 국방부의 조력을 받을 수 있지만 민간인들은 받지 못한다. 이 실장은 "전역 6개월 전에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전역 후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민간인 신분으로 다시 신청을 하고 싶어도 보훈부나 국방부 어느 쪽 지원도 못 받는다"며 "이런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균 1,000여 명의 군인이 복무 중 질병이나 부상으로 전역하고 있다. 전씨와 이 실장은 "부상군인들은 용기를 내서 권리를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시청년부상제대군인상담센터의 도움으로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부상제대군인 전덕환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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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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