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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불안감 감안 유연한 대응 택해
역대 최장 51분 대국민담화문 발표
대학별 배정 마쳐… 타협 어려울 수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1일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가 TV 화면에 생중계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증원 및 의료 개혁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 발표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의과대학 증원 규모 ‘2000명’을 협상 의제로 올릴 수 있음을 밝힌 것은 장기화된 의정 갈등으로 불안감과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 여론을 고려한 변화로 분석된다. 9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을 의식한 조치라는 데에도 이견은 없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과 주변 인사들의 조언을 수용해 ‘유연한 대응’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은 “정원 규모 숫자를 고집만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대국민 담화가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복귀, 의정 갈등의 빠른 종식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이미 대학별 배정까지 완료됐다는 점도 의정 간 극적 타협 가능성을 낮게 만드는 요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51분간 1만4000여자 분량의 대국민 담화문을 직접 발표했다. 윤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 담화는 두 차례 전례인 2022년 10월 30일 이태원 참사 관련 담화(2분), 지난해 11월 29일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담화(10분)보다 훨씬 길었다. 윤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 전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51분간의 발언 도중 세 차례 물을 마셨다.

윤 대통령은 전날 늦은 오후에야 대국민 담화 진행을 최종 결정했고, 이날 발표 직전 순간까지 여러 차례 직접 담화문을 고쳐 썼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때 담화문의 핵심인 2000명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과 관련해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문장을 직접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담화문 초안에는 이 문장이 없었다. 윤 대통령이 증원 규모에 대해 직접 ‘바뀔 수 있다’고 표현하자 참모들도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다만 협상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먼저 줄어든 숫자를 제시하거나 의료계에 유화 제스처만 보내진 않았다. 오히려 정부의 2000명 산출 과정에 대해 “통계와 연구를 모두 검토하고, 현재는 물론 미래의 상황까지 꼼꼼하게 챙겼다”며 “2000명이라는 숫자는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논의가 부족했다는 일부 의료계 주장 역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의사단체 측과 증원을 놓고 여러 차례 논의한 경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단체가 향후 대화에 임하더라도 과학적 근거와 논리에 기반해 주장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화를 위해 국민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미복귀 전공의들을 향해서는 “통지서 송달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 대해 “결국 의료개혁과 관련한 기존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증원 규모 측면에서 유연한 대응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입장이 유연해진 만큼 이날 대국민 담화가 원만한 의정 갈등 해결 및 의료공백 해소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조속한 시일 내 타협점 찾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학별 의대 정원 배분이 마무리된 만큼 큰 폭의 조율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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