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1일 대국민 담화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등 지난 2년간의 국정과 관련한 ‘무오류 선언’으로 해석된다. 핵심 현안인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는 내용과 절차 면에서 정부안의 정당성을 강조하는데 집중했다. 한·일 관계, 노동조합에 대한 강경 대응, 원전 정책 등 찬반 논란이 강했던 국정 과제들은 “정치적 득실”을 따지지 않은 성공적 개혁으로 자평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론이 확산하자 ‘성찰과 반성’ 기조로 전환한 국민의힘과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 수도권 후보들을 중심으로 당·정 이견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날 담화의 주요 메시지로 의료계와 증원 규모를 포함한 논의 가능성을 열고 사회적 협의체 구성 등을 제시한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의료계가 2000명을 줄이려면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부각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를 두고 학교별 배분이 끝난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은 되돌리기 쉽지 않지만 증원 규모 감소를 포함해 여러 방식의 논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저녁 KBS에 출연해 “2000명 숫자가 절대적 수치란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 실장은 “다만 오랜 기간 동안 절차를 거쳐 산출한 숫자이기 때문에 이해 관계자들이 반발한다고 갑자기 1500명, 1700명 이렇게 근거 없이 바꿀 순 없다”며 “그래서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 조정안을 제시해 주면 낮은 자세로 이에 대해 임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화 제안보다는 오히려 ‘2000명 고수’ 의지가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많다. 윤 대통령의 정부안에 대한 확고한 의지, 의료계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 그간 제안된 안에 대한 거부 의사 표출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51분간 이어진 담화의 대부분을 정부의 의대 증원 규모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의료계의 비판을 반박하는데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주먹구구식, 일방적으로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고 비난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논의가 부족했다는 일부 의료계 주장 역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각종 통계와 연구 결과 등을 들어 의료계 비판에 반박했다. 담화 중 ‘2000명 증원’은 10차례 언급됐다. 대부분 2000명 산출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맥락이다. 대통령실은 담화 뒤 윤 대통령이 활용한 연구 결과와 논의 경과 등이 담긴 10페이지짜리 참고자료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까지 제시된 의료계 안들은 ‘중구난방’ ‘논리와 근거가 없는’ 것으로 규정해 거부 의사를 뚜렷이 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사정원 감축, 복지부 장·차관 파면과 함께 “심지어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한다”면서 “이는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의료개혁을 지난 2년간 논란 속에 추진한 각종 ‘개혁 현안’들의 연장선으로 표현했다. 윤 대통령은 “공직생활을 할 때부터 대통령이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운 길을 가지 않았다”면서 “회피하고 싶은 인기 없는 정책도, 국민에게 꼭 필요하다면, 국익에 꼭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실천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2년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 당시 업무개시명령 발동,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 대응 등을 타협하지 않고 이뤄낸 개혁 사례로 들었다. 이들 강경 대응은 노동현장의 구조적 모순에 눈 감고 노조를 적대시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또 선제적 과거사 면죄부 부여로 논란을 빚은 한·일 외교를 두고는 “망가진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고 했을 때는 당 안팎에서 지지율을 걱정했다”면서 지금은 그 결과로 양국 교류가 향상됐다고 자평했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한 데 대해서도 “여당과 지지자들도 반대했다”고 언급했다. 여권의 반대에도 타협하지 않은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어 원전 정책, 늘봄학교 추진 등을 두고도 반대와 저항을 극복했다고 평가하고 “지금 의료개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는 의대 증원 문제를 계기로 그간 국정운영 전반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각종 논란이 된 사안을 한 데 묶어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뜻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갈등 사안에 ‘타협 불가’ 원칙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사안에서도 ‘타협은 없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읽힌다. 그만큼 정부의 유연한 대처 가능성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유연성보다는 정부안 고수, 국정 실정에 대한 사과보다는 ‘무오류’ 인식을 드러내면서 여당과의 인식에 간극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그간 부족했다’는 반성적 메시지 같은 것들을 많이 기대해 왔는데 (그런 면은 많이 담기지 않았다)”며 “선거와 관계 없이 의대 증원 문제에서는 확고한 뜻을 보인 것이지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담화는 기자들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51분간 진행됐다.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다음날 이뤄진 첫 대국민담화는 기자들이 참석했지만 질의응답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전지역 2차 병원인 유성선병원을 방문해 지역 2차 병원의 어려움과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의료개혁을 통한 지역 의료 강화 의미를 강조하려는 행보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의료는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점에서 국방, 치안과 동일선상에서 지원해야 한다”며 “국가재정을 과감히 투입해 정책 수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의료 개혁은 대의와 원칙만 가지고는 안 되고, 디테일에서 승부가 결정된다”며 세심한 정책마련을 참모들에게 주문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81 [단독] 대낮에 통신사 대리점에서 흉기로 직원 협박한 50대 남성 검거 랭크뉴스 2024.06.26
4880 불타는 공장, 누구도 그들에게 살길 알려주지 않았다 랭크뉴스 2024.06.26
4879 [단독] ‘부의장 도전’ 박덕흠, 임기 1년 단축법 냈다 랭크뉴스 2024.06.26
4878 "자식 잃은 부모에게 할 소리인가"… 얼차려 중대장 두둔한 예비역 중장에 유족 분노 랭크뉴스 2024.06.26
4877 화성 참사 신원 확인된 3명 모두 한국인…“공장 관계자 3명 입건” 랭크뉴스 2024.06.26
4876 대중교통 무제한 '기후동행카드' 내달 1일 본사업 개시 랭크뉴스 2024.06.26
4875 화성 화재 아리셀 '불법파견' 정황 짙어져…모회사도 의혹 랭크뉴스 2024.06.26
4874 연이틀 오물 풍선에 미사일까지‥안보점검회의 랭크뉴스 2024.06.26
4873 4월 출생아 수 19개월 만에 반등…“코로나 이후 혼인 늘어” 랭크뉴스 2024.06.26
4872 두산에 밀린 네이버, 대기업 집단 지정 3년 만에 10위 밖으로 랭크뉴스 2024.06.26
4871 ‘형편 어려운 이재명?’… 지지자들 “김혜경 책 사서 李 돕자” 랭크뉴스 2024.06.26
4870 "코치는 때리고 손웅정은 욕설"‥손흥민 아버지도 '피소' 발칵 랭크뉴스 2024.06.26
4869 "KF94 마스크 쓰라며 화재 현장으로 내몰아"… 경찰 내부 폭로 랭크뉴스 2024.06.26
4868 백종원, 재교육했다더니…"홍콩반점 탕수육, 젤리처럼 굳었다" 랭크뉴스 2024.06.26
4867 여야 내일 7개 상임위원장 선출…다음 달 5일 개원식 랭크뉴스 2024.06.26
4866 내일부터 저축보험도 플랫폼에서 비교·추천하고 가입 랭크뉴스 2024.06.26
4865 27일 본회의, 7월 2~4일 대정부질문... 여야 국회 일정 합의 랭크뉴스 2024.06.26
4864 'GOP 총기사망' 이등병 괴롭힌 간부·선임병들 "혐의 부인" 랭크뉴스 2024.06.26
4863 아리셀 공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3명 입건 수사 착수 랭크뉴스 2024.06.26
4862 "당신만 보여" 교총 회장, 제자 편지 논란에… 회원들 “사퇴하라” 랭크뉴스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