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의과대학 증원을 비롯한 의료 개혁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1일 의대 증원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국민 건강과 직결될 문제이기에 숫자에 매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확실한 증거를 갖고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했다"며 '원칙론'에 방점을 찍은 것과 비교하면,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민심을 감안해 유연한 대응을 촉구한 것이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반발하지는 않았다. 일부 후보들은 속을 끓이며 부정적 여론을 토로했지만 당정이 또다시 분열할 경우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발언 수위를 낮췄다. 반면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탈당까지 거론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동훈, 정부에 "증원 숫자 포함해 결론 내 달라" 요구

한 위원장은 부산 남구 지원 유세에서 "의대 증원은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할 정책" "다수 국민들은 의사 증원에 공감한다"고 윤 대통령 입장에 동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증원 숫자를 포함해 정부가 폭넓게 대화, 협의를 해서 조속히 국민을 위한 결론을 내줄 것을 강력히 요청드렸다"고 단서를 달았다. 2,000명 증원에 여지를 둬야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그간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 의제를 제한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여기에 이번에는 '숫자'를 콕 집어 언급하며 좀더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반면 일부 접전지 후보들은 윤 대통령의 전향적 자세를 요구했다. 윤상현 인천 동·미추홀 후보는 페이스북에 "의료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성과 그간의 노력들이 잘 느껴졌다"면서도 "전공의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찾아가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아 안타까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0명에 얽매이면 대화 빗장이 열릴 수 없다"며 "지금은 리걸 마인드(법률적 사고)가 아닌 폴리티컬 마인드(정치적 사고)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경기지역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는 "주변에 실망 여론이 많다"면서 "증원에는 찬성하지만 그 디테일 등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후보 '탈당 요구'도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는 이번 담화를 '쇠귀에 경 읽기'라고 표현하며 "말로는 의료개혁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료개혁을 누가 동의하겠나. 저는 이제 더 이상 윤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남은 9일 동안 공정한 선거 관리에만 전념해 달라"면서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 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당내에서 윤 대통령 탈당을 요구한 건 처음이다.

다만 탈당 요구가 국민의힘 주류 의견과는 거리가 있다. 서울에 출마한 다른 후보는 "국민 목소리를 들어서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지만, 지금 '대통령 탈당 요구'가 무슨 득이 되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함 후보와 함께 '체인저 벨트'에 속한 또 다른 수도권 후보도 "함 후보 개인 의견으로 보인다"고 일축하며 "대통령이 아예 틀린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요구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마포을 함운경 후보가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망원역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을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통령 담화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탈당 요구와 관련 "대통령 탓하며 선거하는 여당 후보치고 당선되는 거 못 봤다"고 잘라 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윤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유승민 전 의원, 조해진 후보, 함 후보 등을 겨냥해 "자중하라"고 일갈했다.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김웅 의원은 "총선에 지고 나서 무주공산인 당권을 훔쳐보겠다는 얄팍하고 고약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손영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