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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제스처’ 기대했지만 기존 입장 되풀이
“의사들 무릎 꿇리겠단 투…전공의 설득 못 해”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의과대학 증원을 비롯한 의료 개혁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 중인 의대 교수들은 1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의-정 갈등을 더 악화시킬 거라는 반응이 나온다. 수련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돌아오도록 설득하기보다 정부 논리를 반복해 설명하는 내용이 주로 담기면서 갈등 해소의 기회를 잃었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다”며 “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우리나라 의사들의 평균 소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1위”라며 “20년 뒤 의사는 2만명이 더 늘어나지만, 국민소득 증가와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는 그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의사 공급이 늘더라도 노인 환자 증가 등으로 의료 서비스는 더욱 많이 증가해 의사들의 벌이는 줄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의대 교수들 사이에선 ‘의사들의 반발을 밥그릇 싸움으로 몰려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 교수 단체는 의대 증원 반대의 이유로 교육 여건 악화 등을 주로 들고 있다. 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대통령은 (전공의·교수들이) 마치 돈 때문에 행동에 나선 것처럼 프레이밍을 했다”며 “이런 발언은 의-정 대치를 더욱 경색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수련병원 이탈 전공의 등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재차 강조한 데 대해서도 반발이 일었다. 지난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 면담 뒤 윤 대통령은 전공의에 대한 ‘유연한 처분’을 정부에 주문했지만, 이날은 면허정지 행정처분 방침 등을 재차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이)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 밖에 없다. 그 누구도 특권을 갖고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고, 그것이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 국립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의사들을 반지성적, 반민주적 세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국가의 힘으로 의사 집단을 무릎 꿇려야 한다는 투의 발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초 교수들은 이날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폭 조정 여지를 비치는 등 의사들에 ‘대화 제스처’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한동훈 비대위원장, 안철수 의원 등 국민의힘에서 ‘연 2천명 증원’ 숫자를 고집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도 유연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비대위 소속 한 교수는 “대통령이 의대 증원에 전향적인 메시지를 던질 거란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정원 조정에 대한 언급이 없어) 전공의들이 복귀하도록 설득할만한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계 역시 증원될 의사를 지역의료에 배치할 방안이나 공공의료 강화안 등이 나오지 않은 데 실망을 나타냈다. 정부는 지난 2월1일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 패키지를 내놓았지만, 대책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공공병원 지원책 등이 빠졌다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달 2025학년도 증원분을 의대마다 배분하면서도 대학만 비수도권에 있을 뿐 수련병원은 서울에 둔 대학들에 과도한 정원을 줬다는 지적이 컸다. 김은정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무늬만 지역 의대’에 대한 대안도 여전히 언급되지 않았다”며 “의-정 양쪽 다 (지역·필수의료 정착 방안 없이) 증원 숫자에만 과도하게 매몰돼 다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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