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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남편 이종근, 다단계 블랙벨트 인증
블로그·로톡에 “블랙벨트 검사장” 적극 홍보
대검, 검사 전문성 강화하려 인증제 도입
전문성 인증 분야 사건 피의자 변호·자문


작년 4월 발생한 이른바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주가 급락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회장에서 물러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검찰 입건도 되기 전, 거물급 전관(前官)을 선임했다. 김 전 회장은 외국계 증권사 SG 증권 창구로 8개 종목 매도 물량이 쏟아져 주가가 급락하기 전 보유 주식(다우데이터)을 처분했다. 이 사건을 기획한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구속 기소) R투자자문사 대표는 주가 폭락의 책임이 김 전 회장에게 있다고 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이 선임한 검사장 출신 A 변호사는 증권범죄 분야 ‘블랙벨트’ 소지자다. 블랙벨트는 대검찰청이 만든 공인전문검사 인증으로 검찰 내 최고 전문가란 의미다. 1년에 한번 열리는 대검 심사위원회가 신청한 사람 중 사건 처리실적, 우수수사 사례, 관련 학위 유무 등을 종합해 인증을 내준다. 2급에게 블루벨트, 1급에게 블랙벨트가 주어진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블랙벨트는 8명, 블루벨트는 289명이 인증을 받았다.

검사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도입한 블랙·블루벨트를 일부 전관들이 몸값을 높이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가 피해금액 조(兆) 단위 다단계 사건으로 수사받는 인물을 변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검사 시절 조희팔 사기 사건, 주수도(제이유) 사기 사건 등을 수사한 이 변호사는 유사수신·다단계 분야 블랙벨트 인증을 받은 유일한 사람이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가 자신의 로톡 변호사홈 제목에 '대검 블랙벨트(1급) 공인검사 출신'이라고 써 놨다. / 로톡 캡처

이 변호사는 본인의 블로그와 법률 중개 플랫폼 로톡 변호사 소개 페이지를 통해 블랙벨트 인증 사실을 홍보했다. 블로그 게시글 하단에는 대검찰청 형사부장, 서울서부지검 검사장 이력과 함께 ‘대검찰청 공인전문검사(다단계 유사수신분야 1급 블랙벨트)’란 경력이 기재돼 있다. 로톡 변호사 페이지 제목에도 ‘블랙벨트 공인검사 출신 변호사’라고 써져있다. 사기 피의자 변호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자를 변호해 공익에 도움되기는 커녕 수사 전문성을 살려 주범을 돕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변호사처럼 검사 시절 전문성을 인정받아 블랙·블랙벨트를 받았던 분야 피의자를 변호하거나 자문 업무에 뛰어든 검사들은 더 있다. A 변호사 역시 부장검사 시절 시세조종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들을 대대적으로 수사해 잡아들인 전문가다. 김 전 회장은 아직 검찰이 수사 중인 단계로 혐의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본인이 현역 시절 수사했던 범죄 혐의 피의자 편에 섰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성폭력 분야 블랙벨트를 딴 B 변호사는 전관이 설립한 로펌의 성범죄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센터는 피해자 뿐 아니라 피의자 자문도 하고 있다. 마약 분야 블루벨트를 딴 C 변호사는 마약 투약·판매 피의자를 대리하고 있다.

블랙·블루벨트 인증 여부를 사건 수임에 적극 활용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대형로펌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로펌에 들어갔거나 사무실을 직접 개업했다는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검사장 이상 검찰 고위간부는 퇴직 후 3년간 연매출 100억원 이상 로펌에서 일할 수 없다. 이에 검사장 이상 고위직은 퇴직 후 대형로펌 취업 전 중소로펌에 들어가거나 개업하는 경우가 많다. 사건 수임 경쟁이 점점 격화되는 상황에서 블랙·블루벨트 인증 여부가 서초동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사건 수임 단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공인검사인증을 취득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전관 중에는 자신이 수사하던 분야 피의자 사건은 양심상 맡을 수 없다며 공익 목적으로 변호사 활동을 하거나 교수가 된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상당수는 법률 시장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수사 경력을 활용하는 길을 택한다”라며 “수십년간 전문분야 수사를 해온 사람이 변호사가 되서 갑자기 다른 분야 수사를 하는 것은 의뢰인한테도 도움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블랙·블루벨트 인증 검사 상당수가 검찰 조직에 남아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를 ‘취업용 스펙’으로 치부하긴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일부 전관들이 이 제도를 몸값 높이기에 악용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만큼, 자정 노력을 촉구하거나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차원에서 광고 제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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