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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A씨는 2019년부터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했다. 대학교 때 재즈 피아노를 전공했기에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방송을 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던 때에 A씨 방송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조금씩 성장했다.

시청자들의 후원으로 얻는 수입도 나쁘지 않았다. 한 시청자는 한 번에 약 100만원을 후원하곤 했다. 그 시청자가 한 달에 두 번 정도 후원하면 시청자 수가 한 자릿수에 그쳐도 매달 중소기업 월급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지난해 10월 방송을 마지막으로 BJ 활동을 중단했다. 팬들의 요구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컸기 때문이다. 팬들은 일정 금액을 후원한 뒤 특정 연주나 춤, 애교 등을 요구했다. 후원을 받고 나면 이를 거절하기 힘들었다.

최근 여성 BJ들이 잇따라 인터넷 방송을 떠나고 있다. 주로 후원자의 무리한 요구가 방송 중단의 원인이다. 수천만원을 대출받아 BJ를 후원하던 남성 시청자가 경제적 부담 탓에 극단적 선택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현장에선 그 반대의 문제도 심각하다.

약 78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30대 여성 인플루언서 B씨는 인터넷 방송을 10년 넘게 방송한 베테랑 BJ다. 아프리카TV 플랫폼에서 A씨를 즐겨찾기로 저장해 둔 팬만 17만명에 달할 정도다. 실시간 방송을 할 때는 동시 시청자가 약 1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그는 약 1년 전, 방송을 중단했다. 후원자들의 자극적인 요구 때문이었다. 몇몇 팬은 후원의 대가로 특정 신체 부위를 노출하거나 수위 높은 춤을 춰달라고 요구했다. 최근에는 ‘식데(식사 데이트)’ ‘술데(술 데이트)’ 등 오프라인 데이트를 후원의 대가로 내놓는 BJ들이 많아지면서 이런 공약 없이 후원을 받기 힘든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B씨는 후원자들의 요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인플루언서로 직업을 바꿨다.

법적으로 여성 BJ들이 후원자들의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실제 방송 내에서 이뤄지는 후원자의 협박성 멘트와 자극적인 콘텐츠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여성 BJ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룡 변호사는 1일 “‘후원’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가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제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후원의 대가로 성적인 행동을 요구하며 협박성 발언을 한다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인 방송 안에서 이뤄지는 협박과 성희롱 문제를 각 플랫폼 측이 강하게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1인 방송 내에서 이뤄지는 성적 희롱도 간접적인 성폭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인 방송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서 방송통신 심의와 규제의 대상이 돼야 한다”면서 “방송 내 성희롱도 성 착취물 공유 범죄만큼 심각하게 간주하고, 플랫폼 회사 측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자체적으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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