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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서두르면 저녁 값 반값”
최대 50% ‘마감 할인’ 식품 인기
치솟는 물가에 ‘밥값 부담’ 여파

지난 28일 오후 7시 앳돼 보이는 젊은층들이 서둘러 백화점 지하 식품관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백화점 마감을 한 시간가량을 앞두고, 나오는 마감 할인 음식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백화점 마감을 앞두고 ‘클러즈런’에 나서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서울 신정역에서 여의도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윤모(29)씨는 퇴근하고 직장 인근 대형 백화점으로 뛰어가 마감 할인을 하는 음식을 가득 쟁여왔다. 혼자서 과일을 사 먹기엔 양도 많고 비싸서 부담스러운데 오후 7시 할인가로 사면 소분된 과일 두 팩을 단돈 1만원에 살 수 있다. 낮에는 과일 한 팩에 9500원인데, 해가 지면 반값에 살 수 있다.

윤씨는 “직장인이라 요리할 시간은 없고 외식하는 건 금전적으로 부담스러운데, 1인분을 배달해 주는 곳도 많지 않아 지저분하게 남은 음식을 다 폐기 처리했다”면서 “요즘엔 밀키트, 밑반찬, 떡, 빵, 분식 등을 저렴하게 사서 냉동고에 넣은 뒤 일주일간 먹는 편이다”고 했다.

28일 오후 7시 40분쯤 서울 한 대형 백화점에서 3500원짜리 떡 5개를 1만원에 판매하는 가게에 손님이 줄 서서 떡을 고르고 있다. 이는 약 40% 할인된 가격이다. /조연우 기자

백화점은 주로 고급 상품을 판매한다. 할인 상품도 적다. 백화점 내에 있는 식품관 역시 마트나 편의점과 비교해 가격이 비싸다. 그러나 마감 시간이 임박하면 고급 이미지는 온데간데없고 시장통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날 오후 7시가 되자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는 상품 판매 경쟁이 펼쳐졌다. ‘전 상품 30% 마감 할인’, ‘3팩에 1만원’ 등 할인 팻말을 내세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마감 세일인데 한 번 보고 가세요”라고 권했다. 건너편에 있던 직원도 질세라 “유부초밥 4개 사면 1개 덤으로 드립니다”고 큰 소리로 외쳤다.

28일 오후 8시쯤 서울 한 대형 백화점 식품관에서 1만5000원~2만원대 불고기, 돈가스, 떡갈비 밀키트를 모두 1만원에 판매하는 업주와 손님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연우 기자

인근 다른 백화점 상황도 마찬가지다. 마감 시각인 오후 8~9시까지 지하 식품관에선 과일, 분식, 만두, 초밥, 떡, 밑반찬, 밀키트, 닭강정 등을 최대 50% 할인한 값에 판매하고 있었다. 과일, 초밥 등 신선도가 생명인 식품은 당일에 판매하지 못하면 폐기해야 하는 탓에 할인율이 가장 높다. 밀키트와 밑반찬도 유통 기한에 따라 할인율을 달리 적용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대형 백화점에서는 책가방을 멘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줄을 이었다. 과거에는 생활비를 아끼려는 40~50대 주부들이 백화점 마감 전 단골이었지만, 이제는 절약형 소비를 지향하는 ‘짠테크(짜다+재테크)’ 젊은 층이 주를 이룬다.

영등포시장역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조모(30)씨는 “밤늦은 시간에는 무인가게, 동네 마트에서 식음료를 사지만, 오후 7~8시에 일찍 귀가하는 날에는 꼭 백화점을 들러 밀키트, 빵, 떡 등 식사 대용으로 먹을 만한 것들을 산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대형 백화점 식품 코너에서 떡볶이 1팩과 튀김 1팩을 1만원에 할인 판매하고 있다. 코너 앞에는 손님 두 명이 떡볶이 세트를 구매하고 있다. /조연우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 자취하는 직장인 김모(29)씨도 “백화점 문 닫기 직전의 식품관에 가면 저렴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다”며 “편의점과 달리 초밥, 만두, 김밥, 분식 메뉴는 당일에 만든 음식이라 따뜻하고 맛도 있다. 그리고 묶음 상품을 사서 집에 쟁여놓고 먹는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전에는 비싸더라도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오픈런을 했지만, 이젠 가격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절약을 위해 클로즈런 하는 것”이라며 “이는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가격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문 닫는 시간에 매장을 들르는 건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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