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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 앵커 ▶

민간 동물원이 휴업이나 폐업 등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문을 닫은 뒤에도 그 안에 동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현장에서 이 문제를 집중취재한 팩트앤이슈팀 남효정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남 기자, 문 닫은 동물원에 직접 들어가 봤다고요?

◀ 기자 ▶

네, 대구의 휴업 중인 실내동물원과 경남 김해의 폐업 동물원 내부를 취재했습니다.

대구 실내 동물원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데요.

지금도 안에는 사자와 하이에나, 원숭이 등 270여 마리의 동물이 남아 있었습니다.

관리비가 밀려 전기 공급이 최소한으로만 되고 있어 동물원 내부는 어두컴컴했고 우리 안에만 부분 조명이 켜져 있었는데요.

유리장 안에 갇혀 있는 사자는 다리와 복부에 붉은 상처가 나 있었고, 취재진이 다가가도 계속 멍한 눈빛이었습니다.

동물원이 지하에 있는데다 난방도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미어캣이나 여우원숭이처럼 따뜻한 지역에 사는 동물들은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사막여우나 원숭이는 계속 우리 안을 왔다갔다하면서, 스트레스로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배설물도 그대로 쌓여 있었는데요.

관할 지자체인 대구시는 이 동물원이 휴업에 들어간 뒤 7차례 현장시찰을 했습니다.

사자의 상처 이외에 동물들이 사는 환경에 대해선 '특이사항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해의 동물원도 지난해 8월부터 영업이 중단된 이후 여전히 동물이 10마리 넘게 남아 있었는데요.

백호는 심장질환이 있어서 봉사활동하는 수의사의 진료를 주기적으로 받고 있었고, 먹이주기 체험활동에 이용됐던 라쿤들은 취재진이 다가가자 무언가를 호소하듯 계속 앞발을 허공으로 뻗는 모습을 보여서 안타까웠습니다.

◀ 앵커 ▶

동물원이 문을 닫았는데, 동물들이 왜 계속 거기에 있는 겁니까?

◀ 기자 ▶

가장 큰 문제는 동물이 물건처럼 사유재산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겁니다.

동물을 구조하려고 해도, 주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건데요.

동물보호단체와 담당 지자체는 운영자에게 동물들을 다른 곳에 기증하라고 권유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해시는 청주 공영 동물원에 임시위탁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는데요.

이 역시 운영자가 청주시로 동물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아서 불발됐습니다.

청주동물원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다 보니 개인 소유의 동물들에 대해서는 예산을 쓸 근거가 없는 겁니다.

현행법상 동물들을 빼오려면 동물 학대가 증명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인정요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재언/변호사]
"동물들이 동물 학대를 당하고 있다면 격리조치 해서 소유권 박탈을 할 수 있긴 해요. 학대를 받아서 질병이 생기거나 상해를 입어야 되는데, 단순히 쫄쫄 굶고 있다 뭐 아니면 위생 상태가 안 좋다 그 정도로는 안 돼요."

설사 빼낸다 하더라도 학대가 인정된 동물만 해당하는 것이어서, 이 동물원들의 사례에서는 실효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민법을 개정해 생명체의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자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2021년 정부입법으로 물건의 정의에 대한 민법 98조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추가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됐는데요.

법적 혼란과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반대에 부딪혀서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법사위에 계류 중입니다.

◀ 앵커 ▶

영상으로 계속 동물들의 모습을 보니까 참 안타깝습니다.

이 동물들은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 기자 ▶

두 동물원을 함께 소유하고 있는 운영자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운영자는 코로나 이후 수익이 악화 돼서 동물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지금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직접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물들 먹이 공급이 끊기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대구는 실내동물원이 입주한 복합쇼핑몰 바로 옆에 코로나 때 선별진료소가 생기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고 토로했습니다.

동물들에 대해서는 올여름에 경북 고령에 새로 생길 동물원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아직 해당 동물원은 고령군청에 허가 신청조차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라, 동물들이 언제쯤 문 닫은 동물원을 떠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전국에는 114개의 동물원이 있는데요.

그중 90곳이 이런 민간 동물원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새로 동물원을 여는 경우 일정한 조건을 갖춰서 허가를 받도록 법이 바뀌었지만, 기존 동물원들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데요.

환경부와 지자체가 기존에 있던 동물원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관심을 둬야겠습니다.

◀ 앵커 ▶

네, 남효정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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