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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미국, 애플 '폐쇄적 생태계' 겨눴지만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제재 어려워 
애플 "국가별 법률 따라 정책 바꿀 것"
"한국 소비자만 또 봉이냐" 지적도
아이폰15 시리즈가 한국에 정식 출시된 작년 10월, 서울 중구 애플 스토어 명동점에서 사전예약 구매자들이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에서도 독점 문제가 제기되면서 인앱결제(운영업체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스템만 사용해 결제하는 방식) 등 폐쇄적 운영 방침을 수정 중인 애플이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한국 소비자만 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에 대한 조사를 검토 중이지만, 조사를 한들 현행법상 제재할 수 있는 뾰족한 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로 거론된다.

공정위 미국 법무부 소장 분석, 왜?



3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최근 88쪽에 달하는 미국 법무부의 애플 관련 소장을 분석하며 한국 시장에서 적용 가능 여부에 대해 법리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조만간 애플코리아에 한국에서의 영업방침에 대한 의견을 조회한 후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정위가 분석 중인 소장에서 미국 정부는 반독점법으로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를 겨누고 있다. 미 법무부는
스마트폰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애플의 운영체계 자체가 폐쇄적이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한다
고 봤다. 실제 아이메시지, 애플지갑, 애플워치 등은 애플의 운영체제(OS)인 ios에서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데, 이 시스템은 호환성이 떨어져 소비자의 선택이 제약되고 애플 생태계에 갇히는 '록인(Lock-in·자물쇠)'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호환성, 상호 운영성 등을 기업의 자기 집행적 의무(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작위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EU도 앞서 '우리 것만 쓰도록 하는' 애플의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애플은 유럽에 판매하는 아이폰에는 앱스토어와 인앱결제, 자사 웹브라우저인 사파리 등을 강제하지 않고, 애플페이 외에 다른 결제에서도 NFC(가까운 거리에서 이뤄지는 무선통신)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바꿨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EU, 미국은 했는데... 공정위는 왜 애플 제재 못하나



이들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에는 애플의 행위를 제재할 수단이 현재 없다. 그나마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으로 제재할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업계 반발로 정부 입법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플랫폼법은 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지닌 거대 플랫폼 기업(지배적 사업자)을 사전 지정하고 △끼워팔기 △자사 우대 △최혜대우 △멀티호밍(다른 플랫폼 이용) 제한 등 4대 반칙행위를 제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플랫폼법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작위 의무'가 아닌 '부작위' 의무(하지 않을 의무)만 규정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애플의 폐쇄적 운영방침을 제재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기존 공정거래법도 적용되기 쉽지 않다. 인앱결제 규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소관으로, 작년 과징금 205억 원 부과 조치 의견을 냈으나 애플이 반발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미국과 유럽에서 운영 방침을 바꾼 애플에 한국에서도 바꾼 방침을 적용하라고 강제하기도 어렵다. 애플은 해당 국가 관할 법에 따라 방침을 운영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한국 소비자만 바보 될 수도 있다" 지적

그래픽=김대훈 기자


결국 국내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려면 플랫폼 독과점 문제와 관련한 법을 경쟁당국이 빠르게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EU와 미국에 이어 일본도 상반기 중 모바일 생태계 경쟁 관련 플랫폼 독과점법 관련 입법을 추진한다. 한번 선택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이용자 고착효과를 누리고 경쟁사를 배제하려는 애플과 구글 등 거대 플랫폼들의 불공정거래를 막겠다는 취지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다른 제품의 호환성을 떨어트려 사용자를 가둬둔 뒤 이용료를 야금야금 올리게 되면, 소비자는 그 가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애플의 전형적인 수익 창출 방법인데, 한국 소비자가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경쟁당국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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