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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특수학교 교사가 적발한 소형 녹음기. 사진 전국특수교사노조

지난 12일 충청도의 8년차 특수교사 A씨는 장애 학생의 옷자락에 꿰매어 숨겨진 녹음기를 발견했다. 그동안 매일 전화로 학부모에게 수업 안내를 하고 등하교할 때도 수시로 상담을 했던 터라 충격이 컸다. A씨는 “녹음기를 발견하고 손떨림이 하루종일 멈추지 않았다”며 “마음 속으로 ‘교사 일을 그만 두어야 하나 아직은 아닌데’ 등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학부모가 몰래 녹음하는 일이 발생하자 교사들이 녹음 방지기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교권지키미 인스타그램

2024학년도 개학 이후 전국 특수학급에서 녹음기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모가 장애 학생의 소지품이나 옷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특수교사들의 주장이다. 수도권의 한 학교에서는 새학기 첫날인 지난 4일부터 학부모가 반복적으로 학생 가방 속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가 이를 학교 측에 신고하는 일이 있었다. 또 다른 수도권 다른 학교 특수학급에선 스마트워치 앱을 통해 수업을 실시간 녹음하는 것이 발견돼 학교 내에서 논란이 된 적도 있다.

교사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특수교사노조 측은 “주호민씨 아들 아동학대 재판 이후 몰래녹음을 해도 된다는 인식이 생겼는지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스마트워치를 사용한 녹음 사례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작가 주호민씨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녹음기를 이용한 ‘몰래녹음’이 증거로 채택된 뒤 녹음 사례가 더 많아졌다는 주장이다.

교사들이 만든 ‘교권지킴이’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휴대용 녹음방지기 사진도 올라왔다. 귀에 들리지 않는 특수음파를 통해 마이크를 이용한 녹음을 방해하는 장치다. 교권지킴이 측은 “선생님들이 이런 것까지 구매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대한민국 공교육 현실이 참담하다”고 주장했다. 장은미 전국 특수교사노조위원장은 “실시간으로 감시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교사들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고 밝혔다.

반면에 학부모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교육부가 수업방해 학생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학생 생활지도 고시’를 만든 뒤, 발달장애 학생 방치 우려가 더 커졌다는 이유다. 서울 서초구의 한 발달장애 학생 부모는 “아이가 전에 없던 발작을 일으키고 ‘선생님이 욕해서 무서워’라고 한다면 어떤 부모가 가만히 있겠느냐.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일 것”이라며 “부모를 손가락질하기 전에 가장 의지해왔던 교사와 학교를 왜 믿지 못하게 됐는지 배경을 봐달라”고 주장했다.

특수교사·학부모 간 갈등 심화 현상을 두고 교육 당국의 미숙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생인권 보호와 교권 강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중재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류재연 나사렛대학교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학부모들의 불안이지만, 반면에 녹음이 횡횡하면 교사는 학생을 위협이 되는 맹수로 볼 수 밖에 없다”며 “논란만으로도 현재 대한민국의 특수교육이라는 집의 대들보에 금이 갔다고 볼 수 있다. 교육당국이 더 섬세한 접근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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