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탐라해상풍력발전’ 가보니
한국 해상풍력 시대 물꼬 튼 사업
과잉생산·멈춤 등 수급조절은 과제
한국 해상풍력 시대 물꼬 튼 사업
과잉생산·멈춤 등 수급조절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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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제주도 한경면 해안의 해녀 석상 뒤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의 해상풍력발전기들이 가동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 서쪽의 한경면은 사시사철 바람이 끊이지 않아 ‘바람의 고장’으로 불린다. 바람은 한국 최초 해상풍력발전인 ‘탐라해상풍력발전’이 이곳에 터를 잡은 이유다. 지난 28일 찾은 탐라해상풍력발전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10기 중 6기의 해상풍력발전기가 가동하고 있었다. 초속 3m 이상의 바람만 분다면 태풍 수준의 재난 상황 외엔 가동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날은 우연찮은 벼락이 발목을 잡았다. 모두 6기가 벼락을 맞았는데 그중 2기는 점검을 마치고 가동을 시작한 직후 시점이었다. 이성호 탐라해상풍력발전 본부장은 “1년에 2~3번 벼락이 떨어진다”며 “벼락을 맞았다고 해서 고장 나는 건 아니고 점검 후 재가동한다”고 설명했다.
탐라해상풍력발전은 한국 해상풍력 시대에 물꼬를 튼 사업이다. 한국남동발전이 자체 투자와 모금을 통해 165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관심을 끌었지만 사업 초기부터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맞부딪혔다. 어민들은 조업 감소를 걱정했다. 우여곡절을 넘어 2017년 9월 준공 후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6년 6개월. 우려했던 일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바닷물에 잠겨 있는 해상풍력발전 하부 구조물은 따개비 등이 붙으면서 ‘인공 어초’가 됐다. 먹거리가 풍부하니 자리돔을 비롯한 어족자원이 되레 더 늘었다. 환경단체가 제기한 저주파 문제도 기우였다. 저주파 피해 대상으로 꼽혔던 남방큰돌고래는 이곳을 놀이터로 삼았다.
대신 3메가와트(㎿)급 풍력발전 10기는 2만5000가구가 쓰는 전력 공급 자원이 됐다. 지난해 기준 누적 매출액이 1430억원에 달한다. 남동발전은 배당금으로만 140억원을 받아 자체 투자액 208억원의 67.3%를 회수했다.
성공 사례는 확장의 발판이 됐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향후 가동될 발전 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발전이 83개 단지 27기가와트(GW) 규모에 달한다. 해상풍력이 포화한 태양광 대신 재생에너지 확대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탐라해상풍력발전도 8㎿급 9기를 더 지을 계획을 세웠다. 남동발전은 2026~2027년 중 건설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력 수급조절은 해결해야 할 난제다. 해가 뜨고 바람이 불면 원치 않아도 전력이 생산되는 재생에너지가 늘면서 수급 조절이 어려워졌다. 봄철이면 사용량보다 생산량이 많아지는 이 현상 탓에 출력 제어 대책까지 마련해야 할 지경이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90차례 가동이 멈춰 8억~9억원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제주=신준섭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