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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게티이미지뱅크

검찰이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검증보도’를 한 언론인들을 수사하면서 위법한 압수수색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겨레와 뉴스버스 등은 그간 서울중앙지검이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휴대전화 전체를 복제한 파일을 검찰 디지털수사망(D-NET·디넷)에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 검찰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했고, 대검찰청이 ‘원본성 입증 필요성’, ‘문무일 검찰총장 재직 당시 개정된 예규’ 등을 언급하며 반박하면서 논란이 거세지는 모습입니다.

헌법이 천명한 ‘영장주의’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영장주의’라는 헌법 가치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6조는 제3항은 “체포·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압수수색 등을 할 때는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에 근거해야 한다는 ‘영장주의’를 규정한 것입니다. 압수수색은 필연적으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게 되는데, 기본권 침해에 제한을 두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영장주의’를 구체화하여 영장 청구 요건, 영장 청구 방식, 영장 집행 방식, 불필요한 압수물 환부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이 우리 삶에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수사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흔히들 ‘증거의 왕’은 ‘자백’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 대체한 모습입니다. 나의 통화 내역, 메신저 대화, 사진과 영상, 캘린더 일정, 동선까지… 스마트폰에 나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담겨 있는지 감을 잡기도 힘듭니다. 뇌물 범죄에서는 범인들이 스마트폰으로 연락해 뇌물을 주고받을 일자와 장소를 정하기도 하고, 불법촬영 범죄에서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불법촬영에 쓰이기도 합니다. 수사기관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심경은 십분 이해됩니다. 그렇지만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스마트폰을 수사기관에 내어주고 난 다음에, 그 정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그래서 국회와 법원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제한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국회는 2011년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이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해 관련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이때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검사는 (중략)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라고 개정됐는데, ‘범죄혐의와 관련이 있는 것’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법원도 이즈음부터 ‘선별압수’, ‘참여권 보장’, ‘영장 제시’, 압수목록 교부’ 등의 원칙을 확립하는 판례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검증보도’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가 지난 2월5일 찍은 검찰 디지털수사망(D-NET·디넷) 화면. 해당 화면에는 압수영장 범위 내에서 선별한 파일과 압수 범위 밖 정보가 포함된 전체정보(붉은색 네모칸) 자료가 동시에 보인다. 뉴스버스 제공

여러 법원은 영장을 발부할 때 이러한 판례들을 반영해 만든 ‘압수대상 및 방법의 제한’ 별지 양식을 첨부하고 있습니다. 별지 양식에는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의 탐색·복제·출력이 완료된 뒤에는 지체 없이 피압수자 등에게 압수 대상 상세목록을 교부하여야 하고, 그 목록에서 제외된 전자정보는 삭제·폐기 또는 반환”해야 한다고 적혀있는데, 이 대표가 받은 영장 별지에도 이 같은 문구가 있었습니다. 선별 과정에서 제외된 전자정보는 보관하지 말고 삭제하는 것이 ‘영장주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대검찰청은 지난 23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공판과정에서의 증거능력 다툼의 소지에 대비하여 형사소송법, 대검 예규에 따라 사후 검증 등에 필요한 전자정보 이미지 파일 일시 보관이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대검찰청 예규인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에는 전체 이미지 파일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선별압수의 원칙을 적시한 영장에 위배된 것입니다. 한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예규 자체가 위법”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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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실무, 법원 영장과 어긋나

검찰은 휴대전화 앱이나 에스엔에스(SNS) 메신저 등의 데이터베이스(DB)의 일부분만 분리해 추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하나의 이미지 파일로 확보할 수밖에 없고, 전체 이미지 파일은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전자정보’, ‘압수대상 전자정보 상세목록에 포함된 전자정보’이기 때문에 무관 정보라고 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 역시 영장이 요구하는 선별절차를 무력화하는 주장입니다.

증거의 무결성·동일성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은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대법원은 2013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 판례를 통해 피압수자가 ‘원본과 이미징한 매체의 ‘해시값’(디지털 지문에 해당)이 동일하다’고 확인해준 문서로 증거의 무결성·동일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들의 증언 등으로도 무결성·동일성 증명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국가공무원인 검찰이 민간인을 사찰할 목적으로 휴대전화 전체 정보를 디넷에 올렸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정보가 부족합니다. 대검 예규 자체도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을 더욱 엄격히 집행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진동 대표 사례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재판의 ‘장충기 문자’, 이석채 케이티(KT) 전 회장 채용비리 사건에 제출된 이 전 회장 문자 등의 사례가 반복되면서 검찰의 수사실무 관행이 엄격해지는 법원의 영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디지털 증거의 관리 주체를 제3의 기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대검 예규의 취지대로 ‘디지털포렌식 수사관’과 검찰 수사팀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대검 과학수사부부터 분리·독립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정보관리위원회나 법원 산하에 관리 기관을 설치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과연 지금 검찰의 디지털 증거 관리 방식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지금이 더 나은 디지털 증거 관리 방식을 모색할 기회 아닐까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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