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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코로나 19 사태 이후 4년여 만에 그룹 차량 개발의 핵심 시설인 남양기술연구소를 공개했다.

남양연구소는 1995년 만들어진 그룹의 신차와 신기술 개발,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를 수행하는 곳으로, 이번 언론 공개는 전기차 평가 개발 시설과 배터리 분석시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캐즘’(초기 시장에서 대중화 단계에 이르기 전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과 중국 업체들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지만, 현대차그룹의 앞선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리더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자신감과 의지를 연구소 공개를 통해 내비친 것으로 읽혀진다.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4축 동력계에 올려진 아이오닉 5가 다양한 테스트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지난 27일 방문한 연구소에는 개발 중인 신차들과 부분변경 모델들이 위장막을 뒤집어 쓴 채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정의선 회장 사무실보다 보안이 철저하다는 입소문답게 기자들의 모든 스마트 기기에는 보안 스티커가 붙여졌고 사진 촬영은 원천 차단됐다. 보안 훼손 행위를 일체 허용하지 않겠다는 직원들의 매서운 눈초리도 연구소 방문 내내 느껴졌다.

이날 공개된 핵심 시설 중 하나인‘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에는 아이오닉 5가 다이나모라는 대형 테스트 설비에 놓여 다양한 기능을 검증받고 있었다.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은 전기차 핵심 구동계인 전기모터와 인버터(전원을 직류 또는 교류로 변환하고 다양한 디지털 신호로 전기모터를 제어하는 장치)의 성능을 평가하는 곳이다. 모터 단품 시험부터 양산된 차량의 구동 성능 평가까지 수행할 수 있다.

장비 개수에 따라 크게 1축과 2축, 4축 시험실로 운영되는데, 1축은 모터와 인버터의 기본 특성에 대한 시험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냉각과 윤활을 위한 오일펌프, 냉각수 쿨러와 배터리 시뮬레이터 등이 연결돼 있어 다양한 상황에서의 평가와 개발이 가능하다고 한다.

동력계 시험실 관계자는 “1축 동력계에서는 국가별 모터, 인버터 기준 및 요구 조건에 대한 연구 시험을 수행한다”면서 “이를 통해 다양한 국가에 맞춘 글로벌 시장용 제품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1축 동력계가 모터와 인버터만 시험한다면 2축 동력계 시험실은 여기에 감속기(내연기관 차량의 변속기에 해당), 구동축을 추가해 시험하는 곳이다. 4축 시험은 실차량을 올려놓고 테스트한다.

방문 당시 4축 시험실에는 타이어가 빠진 아이오닉 5가 설치돼 있었는데, 사람이 아닌 로봇이 기어와 가속·브레이크 페달 등을 조작했다. 로봇이 운전을 시작하자 시험실 밖 모니터에는 모터의 토크, 온도, NVH(소음과 진동) 파형 등 다양한 정보가 그래프로 모니터에 표시됐다.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은 일반차량 뿐 아니라 고성능 전기차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 배터리 분석실에서 한 연구원이 정밀 분석 장치로 배터리 소재 성분 분석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이날 방문한 또다른 시설인 배터리 분석실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분석, 세부 구성 물질을 연구하는 곳이다.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기본적으로 실시하는 작업이지만 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만큼 재차 분석해 안정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분석실 관계자는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구성하는 소재들이 어떻게 품질을 유지하는지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각 소재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배터리 화재의 경우 정상 상태와는 다른 이상 거동(반응)인데, 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도 이런 분석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분석실은 소재 특성상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드라이룸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분석실 입구 눈이 잘 닫는 위치에 정밀 온·습도계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다. 또 정밀 분석을 위해 입장 전 반드시 반도체 제조에서나 볼 수 있는 ‘에어 샤워’를 해야 한다.

분석실서 가장 먼저 경험한 곳은 지난해 만든 ‘셀 해체실’이었다. 배터리 셀의 구조 파악과 구성 소재 분석을 위한 시료 채취 작업을 하는 곳이다.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바닥과 벽면, 천장과 책상 등 기본 설비가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마감돼 있어 인상적이었다. 또 자동소화 설비가 적용된 흄후드와 각종 화재 차단 설비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배터리 분석실에서는 다양한 시험을 통해 배터리 설계 사양 및 내구성, 충·방전 조건에 따른 성능과 수명 평가 등을 확인하며 도로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품질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그룹이 자체 연구 중인 차세대 배터리에 적용될 신규 소재에 대한 분석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남양연구소 상용환경풍동실에서 기체 흐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파라핀계 물질을 이용해 공기 흐름 테스트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상용환경풍동실이었다. 내연기관 및 친환경 상용차(전기차, 수소차 등)를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곳이다. 연비, 냉시동, 히터·에어컨, 충·방전, 동력, 모드 주행, 배기가스인증 등 실차 주행 성능시험을 종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실내 온도를 60도까지 올리고, 습도도 5~ 95%까지 조절할 수 있어 세계 곳곳의 날씨는 물론 극한 환경까지 재현할 수 있다. 3.3m의 대형 팬으로 시속 120km에 달하는 기류를 만들어 실제 주행 조건과 동일한 시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방문 때는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이 다이나모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부 천장에는 태양광 장비가 설치돼 있었는데, 입장 당시 온도는 중동 지역 테스트 기준 온도인 45도보다 10도가 낮은 35도였음에도 상당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룹 관계자는 “이 시설은 온도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는 전기차의 배터리 충·방전 및 냉각 성능도 확인할 수 있어 전기트럭 같은 상용 전기차 개발에도 유용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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