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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 캐릭터가 분식 먹방을 하고 있다. 유튜브 진영예술가 캡처

이진영(23)씨는 스톱모션 유튜브채널 ‘진영예술가’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다. 구독자는 무려 61만명에 달한다.

이씨의 유튜브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는 ‘애니메이션 먹방’이다. 이씨 유튜브에 올라오는 먹방에는 사람 대신 슬라임 캐릭터가 등장한다. 캐릭터들은 치킨, 집밥, 목포 9미(味)까지 다양한 음식을 먹는데, 이 또한 모두 애니메이션이다. 3년 전에 올라온 슬라임 편의점 먹방은 조회수 약 6171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씨는 지난해 여름 열린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참여했다가 깜짝 놀랐다. 유튜브 팬이라며 자신을 찾아온 이들 대부분이 보호자의 손을 잡고 온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31일 “주된 시청 층이 10대 이하의 어린 친구들이라곤 예상했지만, 이들이 실제로 제 유튜브를 보고 있다는 걸 실감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 'WAY 4 LUV' 뮤직비디오. 유튜브 PLAVE 플레이브 캡처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이모(13)양은 3달 전부터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의 팬이 됐다. 버추얼 아이돌은 컴퓨터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진 가상 캐릭터 가수들을 뜻한다. 이양은 유튜브에서 플레이브 멤버 ‘노아’와 ‘은호’가 부른 가수 지코의 노래 ‘걘 아니야’ 커버 영상을 보고 팬이 됐다. 보통 아이돌과 달리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춤을 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처음엔 낯설기도 했다.

그러나 이양은 이제 플리(플레이브 팬덤명) 중 한 명이다. 이양은 “플레이브가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도 “버추얼이라는 큰 벽만 넘으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가 팬들에게 춤을 가르쳐주고 있는 모습. 유튜브 PLAVE 플레이브 캡처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 세대 사이에서 ‘버추얼 아이돌’과 ‘애니메이션 먹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기술발전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영상이나 콘텐츠 연출이 가능해진 덕이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디지털 세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온 알파 세대에게는 이런 콘텐츠가 낯설지 않은 영향도 있다.

플레이브는 사람의 동작을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재현하는 ‘모션 캡처’ 기술 기반으로 만들어진 아이돌이다. 이를 통해 본체의 움직임이 캐릭터에 그대로 반영된다.

부모 세대에게는 ‘버추얼 아이돌’을 좋아하는 자녀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반년 넘게 플레이브를 좋아하고 있다는 경기 김포시에 사는 이모(13)양은 최근 부모로부터 “왜 사람도 아닌 캐릭터를 좋아하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양 부모의 반응이 무색하게도 플레이브는 최근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월 발매한 미니 2집 앨범은 발매 후 일주일 동안 56만장이 팔렸다. 이양은 “제게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대상이란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최근 플레이브가 대중들에게 가까워지는 걸 보면서 많은 이들이 버추얼에 친숙해지고 있는 듯해 기쁘다”고 말했다.
슬라임 캐릭터들이 목포 9미(味)를 먹고 있다. 유튜브 진영예술가 캡처


이진영씨는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인기를 끌어도 이미 존재하는 아이돌이나 먹방을 대체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사람이 음식을 먹는 소리를 불쾌하게 듣는 분들이 캐릭터가 음식을 먹는 소리는 귀엽게 봐주시기도 한다. 버추얼 아이돌뿐만 아니라 제가 만드는 애니메이션 먹방도 다른 매력이 있는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미디어 흐름에서 중요한 건 ‘콘텐츠 생산자의 세계관에 시청자나 독자가 동화될 수 있느냐’의 여부”라며 “알파 세대들은 일찍부터 미디어를 많이 접해온 디지털 네이티브들이다. 새로운 세계관에 동화될 수 있는 부분에서 기성세대보다 훨씬 익숙하다”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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