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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기업, ‘수소연료전지 열차’ 시험운행
서울~부산 7배 거리, 정차 없이 46시간 달려
최고 시속 130㎞…고속 운행도 가능
온실가스 배출 ‘제로’ 가장 큰 장점
전동 열차처럼 ‘전력선’ 건설 부담 없어
스위스 기업 슈타들러가 개발한 수소 연료 열차가 운행하는 모습. 최근 이틀간 총 2803㎞를 쉬지 않고 시험주행한 기록이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슈타들러 제공


차체 전체에 파란색 도색을 한 열차가 철길을 부드럽게 달린다. 열차의 겉모습은 평범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근 열차다. 창문이 잔뜩 설치된 객차 2량이 이어 붙어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열차는 어딘지 이상하다. 동력이 어디서 나오는지가 불분명하다.

일단 석유로 돌아가는 내연기관, 즉 엔진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연기 같은 배출가스가 차체에서 전혀 나오지 않아서다. 디젤 열차는 아니라는 뜻이다.

전동 열차도 아니다. 전동 열차라면 철로 위에 응당 설치돼 있어야 할 전기 공급선이 보이지 않는다.

이 열차의 정체는 수소 동력 열차다. 수소를 연료로 쓰는 ‘연료전지’를 탑재했다. 연료전지는 전기를 만든다. 그렇게 생긴 전기는 기차 바퀴를 돌린다.

스위스 열차 개발기업 슈타들러가 만든 이 수소 동력 열차는 최근 중요한 기록을 세웠다. 수소를 딱 한 번 충전한 뒤 쉬지 않고 서울과 부산 거리의 약 7배인 2803㎞를 연속해 달리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어떤 수소 동력 열차도 세우지 못한 장거리 운행 기록이다. 이 기록은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종전 최고 기록(224㎞)의 10배가 넘는다.

그런데 이 열차의 의미는 단순히 신기하거나 새로운 운송 수단 이상이다. 온난화에서 지구를 구할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틀 밤낮 연속 주행

슈타들러가 최근 발표한 공식 자료를 보면 수소 동력 열차의 특별한 세계 기록이 시작된 날짜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저녁이다. 이날 미국 콜로라도주에 설치된 시험용 철길에서 운행 준비를 마친 수소 동력 열차는 천천히 바퀴를 굴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번 시작된 운행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출발부터 이틀이 경과한 지난 22일 저녁에서야 수소 동력 열차는 멈춰 섰다. 열차가 밤낮 없이 달렸기 때문에 승무원도 지속적으로 교대 근무를 해야 했다. 운행 시간은 무려 46시간이었다.

이번 운행은 수소 연료 열차 차체에 달린 탱크에 수소를 딱 한 번 주입한 뒤 수소가 바닥날 때까지 이뤄졌다. 수소 재보급 없이 어디까지 달릴 수 있나 확인해 봤더니 무려 서울과 부산 거리의 7배인 2803㎞를 달린 것이다.

수소는 열차에서 동력을 생성하는 원천인 ‘연료전지’에 공급돼 산소와 반응한다. 그러면 전기가 생성된다. 이 전기를 동력 삼아 열차는 달린다.

수소 동력 열차의 장거리 주행 능력은 한국처럼 비교적 국토가 좁은 국가는 물론 지역마다 시간대가 다를 만큼 국토가 넓은 국가에서 특히 유용하다. 연료 재보급을 위한 정차 횟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수소 동력 열차는 속도도 빠르다. 이번 시험운행에서는 평균 시속 약 60㎞를 유지했지만, 최고 시속은 130㎞까지 낼 수 있다. 최신 디젤 열차 또는 전동 열차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수소 동력 열차는 모두 2량으로 편성됐다. 2량 통틀어 108명이 좌석에 앉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운행 지속 시간과 속도, 수송 능력 면에서 빠지는 데가 없다는 뜻이다.

수소 연료 열차의 내부 모습. 2량에 총 108명이 앉을 수 있다. 슈타들러 제공


온실가스 배출 ‘제로’

그런데 디젤 열차와 전동 열차가 있는 마당에 왜 굳이 수소 연료 열차까지 개발하려는 걸까. 무엇보다 수소 연료 열차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배출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아서다.

열차에 실린 연료전지가 전기를 만들고 배출하는 물질은 물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반면 디젤 열차는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유를 태워 동력을 얻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지구 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얘기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디젤 열차에 가득히 주유를 하면 2500~3000㎞를 달릴 수 있어 수소 동력 열차와 최대 주행거리는 비슷하다. 그런데 수소 동력 열차는 이 먼 거리를 이산화탄소를 한 모금도 배출하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전동 열차도 친환경 교통수단이기는 하다. 하지만 운행을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다. 열차에 전기 동력을 공급하려면 철길 위에 전력선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인프라 건설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특히 전동 열차에 공급되는 전기는 친환경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구에는 석탄으로 돌아가는 화력발전소가 아직도 많은 탓이다. 이 때문에 확실한 기후변화 억제 능력을 지닌 수소 연료 열차의 쓰임새가 각광받고 있다.

슈타들러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일은 환경보호에 기여하고 지속가능한 여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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