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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재난 감시 CCTV에 담긴 서울 여의도 여의서로 벚꽃길의 모습.

서울의 대표 벚꽃 군락지인 여의도 여의서로에 봄꽃 축제(3.29~4.2)가 시작됐습니다.

황사가 덮친 주말인데도 아침부터 봄의 정취를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여의도에 설치돼있는 KBS의 재난 감시 CCTV를 통해서도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자세히 보면 길의 한쪽에만 꽃이 활짝 피어있습니다. 벚꽃이 아닌 살구꽃과 개나리입니다. 반대편의 벚꽃은 아직 꽃봉오리 상태로 '개화'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오늘 벚꽃 축제에 다녀간다면 주인공인 '벚꽃' 대신 '살구꽃'만 보고 가는 셈입니다. 살구꽃도 물론 아름답지만 말입니다.

■서울 벚꽃, 아직 '공식' 개화 전

아직 서울의 벚꽃은 공식적으로 개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벚꽃이 피었는데 무슨 말이냐고요?

사진 : 연합뉴스

서울의 벚꽃 개화는 서울기상관측소(서울 종로구 송월길 52)에 지정된 왕벚나무를 기준으로 합니다. 여의도 여의서로 경우 국회 맞은편에 있는 118∼120번 벚나무 세 그루를 기준으로 공식 개화를 판정합니다. 계절 관측의 기준이 되는 이러한 나무를 '관측목'이라고 하는데, 임의의 한 가지에 세 송이 이상의 꽃이 활짝 피었을 때를 공식적인 개화로 봅니다.

여의도 여의서로 벚꽃 관측목 위치. 사진 : 기상청

기상청은 1922년부터 당시 종로구에 있던 서울기상관측소에서 벚꽃 개화를 관측했습니다. 이후 기상청이 서울 동작구와 대전으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계절 관측은 같은 곳에 있는 같은 나무로 계속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울 벚꽃 개화에 나타난 변화를 분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의도의 경우 2000년부터 계절 관측이 시작됐습니다.

일본에선 벚꽃 기록을 시작한 시기가 무려 1,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오랜 역사 덕분에 "벚꽃 개화가 1,200년 만에 가장 빨랐다." 같은 보도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 벚꽃 명소 언제 가면 좋을까?

그렇다면 언제 벚꽃 구경하러 가면 좋을까요?

현재 민간 예보업체들은 서울의 공식 벚꽃 개화일을 4월 2~3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상청은 전국의 벚꽃 명소에서 계절 관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정보는 <봄꽃 개화 현황>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데요. 관측은 개화 전과 개화, 만발까지 진행됩니다.

기상청 날씨누리 <봄꽃 개화 현황>

현재 벚꽃이 개화한 지역은 지도에 분홍색 꽃으로 표시가 돼 있습니다. 영암 100리와 하동 쌍계사, 진해 여좌천, 부산 남천동, 경주 보문 관광단지에서 벚꽃 개화가 이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북과 중부지방에선 아직 꽃 소식이 들리기 전입니다.

여의도에서 촬영한 관측목의 사진(개화 전)도 볼 수 있습니다. 무작정 발걸음을 하기 전에 꽃이 피었는지, 활짝 피었는지 확인하고 가는 게 좋겠습니다.

[연관 링크] 기상청 날씨누리 <봄꽃 개화 현황>
https://www.weather.go.kr/w/theme/seasonal-observation/spring-flower.do

■해마다 들쑥날쑥, 벚꽃 없는 축제

봄이 되면 지자체들은 봄꽃 축제를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그러나 최근 개화 시기의 변덕이 심해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어느 해는 꽃이 너무 늦게 펴서, 어느 해는 너무 일찍 펴서 문제입니다. 올해는 2월과 3월에 비가 자주 내리면서 일조량이 적어 개화 시기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황사가 밀려온 서울 여의도. 사진 : 연합뉴스

지난 30년간(1991~2020년) 평년값을 보면 서울의 벚꽃 개화일4월 8일입니다. 그러니 올봄도 평년과 비교해 절대 늦은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2021년 봄에는 3월 24일로 1922년 관측 이래 가장 빨랐습니다. 평년보다 15일이나 빨리 벚꽃이 핀 건데, 이른 고온현상과 긴 일조시간이 원인이었습니다. 2023년에도 3월 25일에 서울 벚꽃이 피면서 관측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 나왔습니다. 이처럼 최근 이른 개화가 속출하자 올해도 축제를 서둘러 잡았지만 결국 벚꽃 없는 축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 당겨진 벚꽃 시즌…4월 중·하순에서 3월 하순으로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개화일이 평년보다 늦어지는 해가 많았습니다. 1973년 이후 가장 늦은 서울의 벚꽃 개화일은 1996년의 4월 20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대에겐 3월 하순의 벚꽃이 더 친숙해졌습니다.

벚꽃의 개화 시기가 당겨지는 현상은 기후위기의 뚜렷한 시그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온 상승이 가장 뚜렷한 계절은 봄입니다. 기상청이 지난 109년간(1912~2020년) 기후변화를 분석한 결과 봄의 경우 10년 동안 기온 상승 추세가 +0.26℃로 가장 컸고 겨울이 +0.24℃로 뒤를 이었습니다.

동시에 벚꽃의 개화일도 빨라지는 추세입니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팀의 분석 결과 지난 100년(1922~2021년) 동안 전국의 벚꽃 개화일은 약 21일 당겨졌습니다.

서울 벚꽃 개화일 변화. 자료 : 기상청

2020년대 들어서자 평년보다 10일 이상 일찍 개화하는 경우도 잦아졌습니다. 특히 2020년 3월 27일, 2021년 3월 24일, 2023년 3월 25일로 그 속도가 더 가팔라졌습니다.

■변덕스런 봄 날씨, 요동치는 벚꽃 개화일

올해의 사례를 보면 굳건한 온난화뿐만 아니라 '변동성'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벚꽃의 개화일이 평균적으로 빨라지는 가운데 해마다 그 편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 벚꽃 개화일 추세. 자료 : 그린피스

과거 사례를 보면 2013년에는 4월 15일에서, 2014년 3월 28일로 서울 벚꽃 개화일이 18일이나 당겨지기도 했습니다. 올봄 역시 만약 4월 2~3일에 벚꽃이 핀다면 지난해와 편차는 1주일 이상 벌어지게 됩니다.

기후위기로 우리나라 봄철 평균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이상고온이나 저온 현상 역시 잦아지고 있습니다. 벚꽃 개화일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봄꽃 축제를 계획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다음 주는 대체로 맑은 가운데 낮 기온은 20도 안팎으로 오를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기다리는 서울의 벚꽃 개화 소식이 곧 들릴 테고 꽃망울이 활짝 피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지 않을 거란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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