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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홈즈’. 문화방송 제공


“이 동네에서 이 금액으로 어떤 집을 구할 수 있을까?” 2019년 담당 피디의 경험에서 출발했던 ‘구해줘 홈즈’(MBC 목 밤 10시)가 31일 방송 5주년을 맞았다. ‘남의 집 구하는 걸 누가 볼까’ 우려에도 바쁜 현대인을 대신해 발품 팔아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며 관심을 얻었다. 지난 5년간 집값이 폭등하고, 코로나19로 주거 가치관이 변하는 등 집에 대한 관심이 커진 흐름도 잘 탔다. ‘구해줘 홈즈’에서 소개하는 주거 형태도 원룸, 아파트에서 협소주택, 단독주택, 퍼즐주택 등으로 점차 확장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프로그램의 인기 비결로 “실제 있는 집을 소개하는 정보의 힘과 몰입감”을 꼽았다.

그러나 ‘구해줘 홈즈’는 부동산 예능이라는 점에서 태생적 한계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정보가 곧 위험 요소로 작동할 수 있어서다. 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여전히 돈과 함께 움직인다.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아도 프로그램의 인기가 부동산 시장을 헤집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매물 선택에 엄격하고 신중해야 하지만 예능이라는 점에서 ‘엄근진’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구해줘 홈즈’는 의뢰인의 조건에 맞춰 매회 적게는 3곳 많게는 6~7곳을 소개한다. 보통 3~4배수 정도의 매물을 찾아 놓는다. 지난 27일 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정다히 피디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프로그램으로 안면을 튼 각 지역 공인중개사들에게 추천도 받는다”고 했다. 제작진은 “매물가를 낮추고 가성비 좋은 집을 소개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안전성은 100%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중개사나 시행사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일명 ‘깡통전세 사기’ 이아무개(사진 오른쪽)씨가 2019년 ‘구해줘 홈즈’에 출연한 모습. 프로그램 갈무리

실제로 업자들이 프로그램을 악용하는 일도 있었다. 깡통전세 수법으로 빌라 임차인들의 보증금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은 이아무개씨가 2019년 ‘구해줘 홈즈’에 출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그는 중개보조인으로 직접 출연해 깡통전세 매물을 정상 매물처럼 소개했다. 이씨는 방송 출연 사실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며 홍보 효과도 누렸다. 제작진이 모르는 사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그의 사기에 도움을 준 셈이다. 해당 회차의 다시보기는 중단됐지만, 피해자들의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비슷한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22년 전세 매물로 소개한 한 오피스텔은 방송이 나간 뒤 한 블로거가 매매가와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 깡통전세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나마 이 오피스텔은 실거래가 확인이 가능했지만 2019년 사례처럼 신축의 경우는 정확한 시세를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런 형태의 집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미분양 전원주택, 타운하우스 등을 무턱대고 소개하는 것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크다.

‘구해줘 홈즈’에 나왔다고 홍보하는 매물들. 포털 갈무리

제작진은 의도한 게 아니어서 억울할 수도 있다. 그만큼 ‘구해줘 홈즈’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개인 블로그에서 “‘구해줘 홈즈’가 방송된 다음날에는 매물을 찾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그 어떤 분양광고보다 효과적”이라고 썼다. 포털을 검색해봐도 ‘구해줘 홈즈에 나온 집’이라며 홍보하는 매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 피디는 “협찬도 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활용해 홍보하는 것도 막고 있다”고 했지만, 한계는 있다. 시청자들은 의외로 방송을 신뢰한다. 2021년에는 이 프로그램에 나온 공인중개사를 믿고 전세 계약을 한 세입자들이 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재미없으면 바로 사라지는 요즘 예능계에서 ‘구해줘 홈즈’가 5년 동안 지속된 것은 분명 시청자가 원하는 어떤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실제 사는 모습을 통해 중문, 수납의 중요성 등 실생활에 요긴한 정보도 제공했고, 집을 구하는 데 중요한 건 ‘삶의 방향’이라는 달라진 메시지도 비췄다. 시세보다 적은 보증금으로 알토란 같은 집을 찾아주기도 했다. 요즘은 다양한 꼭지(코너)를 마련해 정보와 재미를 함께 줄 수 있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이런 장점들을 잘 살려 더 좋은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라도 매물의 안전성 보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숙, 박나래, 양세형, 양세찬, 장동민, 주우재, 김대호까지 진행자 총 7명 중 한두명이라도 전문가를 배치하는 건 시급해 보인다. 녹화 중에 이상 기운이 감지된 매물만 드러낼 수 있다면 제작진의 노력이 물거품 될 가능성은 줄어들지 않을까. 단지 독특하고 예쁘다는 이유로 미분양 주택을 소개하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5년이 된 이 프로그램에 필요한 건 ‘구해줘 홈즈’를 통하면 적은 돈으로 알찬 집을 믿고 구할 수 있다는 신뢰감일 것이다. ‘구해줘 홈즈’는 부동산 예능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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