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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통역사 불법 도박 파문에
2018년 전면 허용된 美 스포츠도박 쟁점화
NBA 선수, 고의 의심되는 부진한 경기에 조사 받아
NFL, 지난해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로 선수 10명 출전 정지


미국에서 스포츠 도박이 사실상 전면 허용된 것은 지난 2018년. 미 대법원이 스포츠 경쟁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스캔들과 부패를 척결한다는 명목 아래 스포츠 도박을 금지했던 것이 연방법에 대한 위헌이라고 판단한 게 계기였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8년도 되지 않아 미국 프로야구(MLB)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 통역사의 불법 도박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금 스포츠 도박의 어두운 면이 부각되고 있다. 더군다나 MLB는 물론 미국프로풋볼(NFL)과 미국프로농구(NBA) 선수가 ‘스포츠도박 참여 불가’라는 원칙과 달리 스포츠 도박에 연루된 사건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 오타니 통역사의 불법 도박 파문이 어디까지 영향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프로야구(MLB)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MLB 서울시리즈 야구 LA 다저스 경기를 앞두고 야구 훈련에 앞서 기자회견을 위해 도착하고 있다. 오타니 뒤로 불법 도박을 하고 오타니의 통장 계좌에 접근해 450만 달러를 인출한 혐의를 받는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들어오고 있다. / AFP 연합뉴스

美 대법원, 2018년 ‘스포츠도박’ 합법 판결…이후 시장 커져
미 대법원은 지난 2018년 5월, 미국 50개 주(州)에 스포츠 도박 합법의 길을 열어줬다. 미국은 1992년 제정된 ‘프로·아마추어 스포츠 보호법’(PASPA)에 따라 네바다, 델라웨어, 몬태나, 오리건 등 4개 주를 제외하고는 스포츠 도박이 금지돼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8년, 원칙적으로 스포츠 도박을 불법으로 규정한 연방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찬성 6표, 반대 3표로 각 주에서 스포츠도박 허용 여부를 판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뉴저지주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당시 뉴저지주는 남동부 휴양도시인 애틀랜틱 시티의 쇠락하는 카지노를 대신해 스포츠 도박을 허용해 달라며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현재 미국 주마다 규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약 3분의 2개 주가 스포츠 도박을 합법으로 인정한다.

이후 미국 스포츠 도박 시장은 커졌다. AP통신은 미국도박협회(AGA)를 인용해 지난해 3월 말 기준 5년 간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진 스포츠 도박 베팅 누적액이 2200억 달러(약 295조8780억 원)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가 2018년 추정한 미국 내 합법 스포츠 도박 시장 규모(570억 달러·약 76조6593억 원)의 3.5배가 넘는 수치다.

정말 몰랐나? 오타니 해명에도 음모론 ‘솔솔’
이 상황에서 오타니의 통역사였던 미즈하라 잇페이가 불법 도박을 하고 오타니의 통장 계좌에 접근해 450만 달러(약 60억5205만 원)를 인출한 혐의를 받으면서 스포츠 도박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오타니마저 불법 도박설에 연루된 상황이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스포츠 불법 도박으로 450만 달러의 빚이 있었고, 오타니가 이를 갚아줬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오타니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을 바꿨다.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구단에서 해고된 지 닷새 만인 26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스포츠 도박을 하거나 도박업자에게 의도적으로 돈을 보낸 적이 없다”며 미즈하라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도박업자에게 450만 달러를 직접 송금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 사실을 인지했는지, 또 스스로 빚을 갚아줬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만약 오타니가 불법 도박에 연루됐거나 미즈하라의 도박 사실을 알고도 빚을 대신 갚아줬다면 징계 대상이다. MLB에서 선수나 구단 직원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한 경우 1년간 출전이 제한하거나 영구 퇴출당할 수 있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직접 도박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빚을 대신 갚아주기 위해 송금을 했다면 처벌 대상이다.

토론토 랩터스의 포워드인 존테이 포터(사진)는 NBA로부터 고의로 의심되는 부진한 경기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 로이터

오타니 스캔들 이전에도 美 스포츠 업계, 도박 연루설로 시끌
오타니 통역사의 불법 도박 파문 이전에도 미국 스포츠 업계는 최근 들어 스포츠 선수가 연루된 스포츠 도박 문제로 시끄러웠다. 이달 초 NBA는 스포츠도박의 영향력 증가, 이로 인한 잠재적 위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토론토 랩터스의 포워드인 존테이 포터는 고의로 의심되는 부진한 경기에 대한 조사를 받기도 했다. NFL는 지난해에만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로 10명의 선수를 출전 정지했다.

논란은 대학 내에서도 확산했다. 미국 최대 스포츠 베팅 행사인 3월의 광란(March Madness, 미국 대학스포츠연맹이 매년 3월 주최하는 전미 대학농구선수권 토너먼트의 별칭)이 진행되는 동안 템플대는 미국 도박 감시회사 US 인테그리티(US Integrity)로부터 의심스러운 도박 관련 활동에 대한 신고를 받았다. 미국 대학 체육 협회 회장인 찰리 베이커는 지난 27일 “개별 대학 운동선수의 성적에 대한 베팅을 전국적으로 금지해야 할 만큼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앨라배마대는 내부 정보를 외부에 제공하다 적발된 야구 코치 브래드 보해넌을 해고했다. 보해건이 해고될 무렵, 아이오와대 아이오와 주립대는 당국으로부터 스포츠 도박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십 명의 운동선수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중 일부는 자신의 팀에 돈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대부분은 형사 기소됐다. 뉴헤이븐대의 승부 조작 전문가인 데클란 힐은 “이성적인 팬이라면 내가 쇼를 보는 건지, 실제로 스포츠인지 생각할 것”이라며 “스포츠의 신뢰성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 업계 내 자성 목소리
이제 스포츠 업계는 스포츠 도박이 합법화됐음에도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 중이다. MLB의 스포츠 베팅 및 규정 준수 담당 법률 고문인 카르퀘스트 믹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스포츠 도박으로 얻을 수 있는 추가 관중 확보 등 긍정적인 점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의 무결성을 보호하지 않는 합법적인 스포츠 도박 역시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WSJ는 “대법원이 각 주에서 합법적으로 스포츠 도박을 할 수 있는 문을 연 이후 미국의 주요 리그는 놀라운 빈도로 스포츠 도박의 어두운 면에 직면해 있다”며 “문제는 스포츠 도박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돼 있는 운동선수가 그 중심에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중요한 것은 스포츠는 경험을 중심에 놓는 약속이라는 것과, 청중과 운동선수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스포츠가 도박과 더 가까워지면서 선수가 결과를 조작하려는 심리를 가질 수 있다는 논리만으로도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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