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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 변호사의 ‘쫄지 마 압수수색’(2)]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해 진행된다. 수사기관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집행한다. 당사자는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당황하고 위축된다. 형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영장을 제시받는 단계부터 압수물을 돌려받는 단계까지 당사자의 권리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권리를 잘 알지 못한다. 이 글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압수수색을 피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 아니다. 법에 규정된 당사자의 권리를 알려줘 수사기관과 당사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제대로 된 수사와 방어를 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수사기관은 아이폰 등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흔히 비밀번호나 잠금해제를 요청합니다. 신속하게 수사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물론 포렌식 장치 등을 사용해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또한 장비를 쓰게 되면 성공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사기관은 “실체적 진실 발견에 협조해달라”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는 것이고,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은 웬지 알려줘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원칙적으로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을 살펴보면, 범죄사실과 관련된 정보만을 압수하도록 돼 있습니다. 휴대전화 비밀번호는 압수 대상자의 머릿속에 있는 별도의 정보를 의미하기 때문에 영장에 따른 압수대상이 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또, 비밀번호를 강제로 알려 주도록 강제하는 상황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데 이를 강제당하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공개해야 하는 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먼저 ①영장 집행 범위 확대하자는 의견은 영장에 비밀번호 공개 명령을 포함시키자는 방안이며, ②중립적 기관이 비밀번호 공개 여부를 결정해 이를 시행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좀 더 적극적인 방안으로 ③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비밀번호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대신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방안과 ④비밀번호 공개를 거부할 경우 처벌하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비밀번호를 강제로 말하게 하는 내용의 ‘사법방해죄’까지 논의되기도 했습니다. 압수수색을 당하는 사람은 실체적 진실 발견에 협조해야 하고, 어길 경우 사법방해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비밀번호를 말하게 해서 진실을 찾아야 한다.” VS “헌법 상 권리 침해이므로 말할 필요 없다.” 두 주장 모두 나름대로 논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이 옳은 지는 각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하는가”에 대해 현행 법령에 따른 결론을 말씀드리면, “반드시 알려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 경우 무죄추정원칙에도 불구하고 “범죄와 관련성이 있을 수 있겠다” 정도의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지는 못하겠지만요.

특히 일부 범죄 사실과 관련성이 있는 정황 증거가 있는 상태라면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짙어지겠지요. 수사기관도 사람이 움직이는 만큼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거기에 더해 아무런 정황 증거 조차 없는 사람과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는데 일부 정황증거가 존재하는 사람 중 누구를 더 열심히 쫓아다닐지는 뻔한 것입니다.

참고로 잠금장치 해제는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N번방’ 사건에서 조주빈은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실제와 다르게 알려 줬으나 수사기관은 결국 잠금 해제에 성공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아이폰의 보안성이 뛰어나고 삼성 갤럭시나 다른 회사 제품은 보안성이 낮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의 아이폰 포렌식 등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어렵지만, 실무와 다르게 알려진 것들이 있습니다. 갤럭시의 보안성도 매우 좋습니다. 갤럭시의 보안을 뚫고 잠금을 해제하는 작업도 매우 어렵습니다. 기회가 되면 휴대전화의 보안성에 대해서도 한 번 다뤄보겠습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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