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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각]
‘모자익’ 유빙에 머물고 있는 쇄빙선 폴라르슈테른호. 동아시아 제공

북극에서 얼어붙다
소멸하는 북극에서 얼음 시계를 되감을 330일간의 위대한 도전
마르쿠스 렉스·마를레네 괴링 지음, 오공훈 옮김 l 동아시아 l 3만2000원


2019년 9월20일 노르웨이 북단의 항구 트롬쇠를 출발한 쇄빙선 폴라르슈테른(북극성)호는 북극점을 경유해 330여일에 걸쳐 북극을 횡단했다. 이 가운데 300일은 유빙에 선체를 묶고 얼음 위에 연구 기지를 건설한 채 유빙과 함께 표류하는 방식을 택했다. ‘모자익’(북극 기상 연구를 위한 다학제 부동(浮動) 관측소)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인 초유의 북극 탐사였다.

‘북극에서 얼어붙다’는 이 프로젝트의 수장이자 원정대장이었던 대기물리학자 마르쿠스 렉스(독일 포츠담대 교수)가 원정의 전 과정을 시간순으로 기록한 책이다. 독일만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37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 국제적 프로젝트의 목적은 북극의 기후변화 현장을 다각도로 연구해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처할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폴라르슈테른호가 유빙에 몸을 맡기고 표류하는 방식은 1893년 노르웨이 탐험가 프리드쇼프 난센이 목선 프람호에 올라 해류를 따라 움직이는 유빙에 의지해 북극을 탐험했던 방식을 재현한 것이었다.

“우리가 얼음을 떠나면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끝없는 평원을 가로지르던 작은 캐러밴의 자취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반면, 얼음은 언제나 그대로다.”

렉스는 난센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로 그의 탐험 일지를 챙겨 갔는데, 난센의 위 문장을 인용한 다음 “난센의 말은 틀렸다!”고 아프게 적는다. 얼음은 언제나 그대로인 게 아니라 점점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그가 북위 80도 지점 얼음 제도 콩스피오르덴의 같은 장소에서 1992년 3월과 2018년 4월에 찍은 두 사진을 비교해 보면, 얼어붙은 빙산과 드넓은 빙원이 펼쳐지던 곳에 얼음은 간데없고 물결이 출렁거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7월22일에 찍은 모자익 유빙. 그동안 대형 웅덩이는 완전히 녹아서 아래쪽으로 흘러내렸고, 얼음 표면에는 침전물이 축적되어 광범위한 지역이 갈색으로 변했다. 동아시아 제공

12월 초 극야. 폴라르슈테른호가 얼어붙어 꼼짝 못 하는 상태에서 북극으로 표류하고 있다. 동아시아 제공

적당한 유빙을 확인해 배를 고정시키고 연구 단지를 건설하는 과정, 악천후와 얼음의 움직임 때문에 파손된 연구 기지를 복구하는 모습, 난데없는 인공 구조물에 호기심을 느껴 출몰하는 북극곰들과의 신경전, 스키 투어와 얼음 위의 축구, 탁구, 아이스바에서 마시는 글뤼바인 한잔 같은 세목들이 읽는 이에게 대리 만족을 제공한다. 우주의 움직이는 꽃이라 할 오로라, 경외감을 자아내는 북극의 고요한 아름다움은 가보지 못한 극지방을 향한 그리움을 자아낸다. 세계보도사진상을 받은 북극곰 사진을 비롯해 117장의 도판이 글과 어우러지며 독서의 재미를 더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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