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
80억 달러 사적 유용 혐의로 25년형 선고 받아
스탠퍼드 로스쿨 교수 부모·MIT 출신 금수저
비트코인 가격 높은 한국서 차익 거래 부 축적
펜트하우스서 감방으로···15조원 재산도 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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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재판에 출석한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대형 가상자산거래소 FTX를 창업한 뒤 막대한 부를 쌓아 호화스러운 생활을 즐겼던 샘 뱅크먼프리드(32)가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차가운 교도소 감방으로 가게 됐다.
2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루이스 A 캐플런 판사는 뱅크먼프리드가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이 인정된다며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캐플런 판사는 “피고인의 뻔뻔한 태도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고려할 때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며 “그가 미래에 매우 나쁜 일을 할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위험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뱅크먼프리드에게 내려진 형량은 폰지 사기로 150년형을 받은 버나드 메이도프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다. 캐플런 판사는 이와 함께 미 정부에 뱅크먼프리드의 재산 110억 달러(약 14조 8770억 원)가량을 압류해 FTX 파산에 따른 피해 보상에 활용하라고 명령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조 달러 규모의 가상자산 산업을 흔들고 탐욕과 교만함에 경종을 울린 이야기가 된 놀라운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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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억만장자’에서 감방 수감자로 전락한 그는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인 부모의 밑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는 유년시절을 보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고 이후 월가의 투자사에서 일하다 2017년부터 본격적인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각 나라의 거래소마다 시세가 최대 60% 차이 나는 점을 이용한 ‘차익 거래’로 부를 쌓았다. 특히 비트코인 시세가 다른 나라보다 높아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진 한국 시장에서 재미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설립한 투자회사 알라메다리서치는 비트코인 거래로 하루 100만 달러(약 13억 5000만 원)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알라메다리서치의 성공을 기반으로 2019년 4월 바하마에 본사를 둔 가상자산거래소 FTX를 만들었다.
그는 대대적으로 FTX를 홍보하는 한편 정부의 코인 투자 규제를 지지하는 등 책임감 있는 대외 이미지를 쌓아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FTX는 불과 3년여 만에 세계 3대 가상자산거래소로 부상했고 기업가치는 한때 320억 달러(약 43조 2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 같은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2022년 가상자산 시세가 폭락하면서 FTX에서 예치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잇따랐고 그 과정에서 ‘30대 잘 나가는 청년 사업가’의 고객 자금 횡령 등의 범죄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횡령액은 총 80억 달러 규모로,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채를 갚거나 바하마의 호화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의 판결에 뱅크먼프리드는 “정말 많은 분들을 실망시켰다”며 “모든 단계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판결이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등 가상자산 관련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한 처벌 참고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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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의 부모인 조셉 뱅크먼(왼쪽)과 바바라 프리드가 아들의 25년형 선고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