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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진해군항제가보니
지역 축제 바가지 기승 부려 정부 대책 마련
상인들도 할 말은 있다는데…'자릿세’ 부담 크다는 주장

진해군항제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에서 관광객들이 벚꽃과 함께 추억을 남기고 있다. /뉴스1

“공주야 어디서 왔어? 여기 음식 맛있어, 들어와서 한번 먹어봐.”

전국 최대 규모 벚꽃 축제인 경남 창원 진해군항제에서 천막 아래 음식 매대 뒤에 앞치마를 두르고 서 있던 여성 직원이 지난 27일 점심 시간대에 호객을 하면서 손님들에게 한 말이다. 지난해 돼지 바비큐 한 접시를 4만원에 팔아 ‘바가지 요금’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그 축제다.

진해군항제 ‘돼지 바비큐 한 접시 4만원’ 후에도 ‘순대 한 접시 2만원’(홍천강 꽁꽁축제) ‘어묵 한 그릇 1만원’(함평 나비축제) 전국 지역 축제에서 바가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정부까지 나섰다. 진해군항제처럼 100만명 이상이 찾는 대규모 지역 축제에는 책임관으로 행정안전부 국장급 공무원을 지정하고, 직접 현장을 방문하도록 했다. 또 민관 합동으로 요금을 점검한다. 바가지 요금 논란 1년 후 얼마나 사정이 바뀌었을까.

작년(위)과 올해(아래) 경남 창원 진해군항제에서 판매 중인 돼지바비큐. /온라인 캡처, 홍다영 기자

”인심 야박하다” vs “축제인데 이정도 가격은”
27일 찾은 진해군항제 음식 매대에서는 돼지 바비큐, 통삼겹, 쪽갈비는 400g에 4만원이었고, 통삼겹과 쪽갈비를 반반씩 섞어서 시키면 5만원이었다. 돼지 바비큐를 주문하니 얇게 채 썬 양배추 위에 돼지고기가 깔렸고 배추김치, 쌈장, 새우젓, 소금, 어묵국물이 함께 나왔다. 성인 2명이서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양이었다. ‘돼지 바비큐 한 접시에 4만원’이라는 점은 작년과 같았지만, 문제가 된 작년 사진과 비교해보니 양이 약간 많아진 느낌이었다.

돼지 바비큐 한 접시를 받아서 양을 확인하고 있을 때 창원시 관계자들이 ‘바가지 요금 OUT(아웃)’ 착한 가격 YES(예스)’ ‘바가지 없애GO(고) 군항제 즐기고GO’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음식점에 들이닥쳤다. 창원시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아니지만 혹시 바가지 요금이 있을까봐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음식점 직원은 “아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아유, 우리는 바가지 그런 거 없어요”라고 말했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간 뒤 다른 직원은 “우짜노, (음식점) 자리 값도 비싸고 축제 기간인데 벚꽃이 평소보다 덜 펴서 사람도 적다”고 했다.

다른 먹거리 가격은 홍어회무침 5만원, 꼼장어 3만원, 닭발 2만원, 돼지껍데기 2만원, 순대볶음 2만원, 해물파전 1만5000원 등이다. 닭꼬치와 회오리감자는 5000원, 성인 남성 손바닥만한 와플은 4000원이었다. 식혜 500㎖ 2500원, 애플청포도 5알이 꽂힌 탕후루는 5000원, 복숭아·샤인머스켓·사과 맛 사탕은 600g에 1만원이었다.

음식을 판매하는 직원들은 “바가지 요금 아니다”라고 했지만, 관광객들 생각은 다른 듯했다. 대전에서 온 변모(53)씨는 “해산물이 들어간 탕을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음식 양이 적어서 경상도 인심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창원 주민 최모(32)씨는 “작년에 음식이 비싸고 양이 적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관광객 보기 민망했다”며 “올해는 가격을 대부분 정찰제로 공개하는 것 같은데, 값이 싸다고는 말 못하겠다”고 했다. 한 택시 기사는 “기분 전환 삼아 진해군항제에 막걸리를 먹으러 갔는데 비싸기만 해서 외지인에게 굳이 권하고 싶지는 않다”며 “현지인들은 벚꽃만 보고 음식은 안 사먹는다. 간단하게 빵이나 샌드위치, 커피를 챙겨가서 먹는 정도”라고 했다.

축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음식 가격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부산에서 방문한 박주영(23)씨는 “친구와 벚꽃을 구경하며 음료수나 슬러시를 사먹을 생각”이라며 “축제인데 이정도 가격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창원 주민 서모(45)씨는 “자녀와 닭꼬치, 회오리감자를 먹었는데 보통 축제 음식 가격이 다 그렇지 않느냐”고 했다.


진해군항제, 전매 관행 바가지 요금 원인이라고 보고 보증금 도입
상인들도 할 말은 있다. 1년에 한 번 오는 지역 축제에서 장사를 하려면 ‘자릿값’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음식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축제를 주관하는 이충무공선양군항제위원회에 따르면 진해군항제에서 음식을 판매하려면 메뉴 사진과 가격 등을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위원회 내부 심사를 거쳐 음식 판매를 허가받으면 자릿값으로 300만~350만원을 내야 한다.

올해부터는 여기에 보증금 300만~350만원이 추가됐다. 보증금은 축제가 끝나면 돌려받는다고는 하지만, 일시금으로 내야 하는 금액이 더 커진 것이어서 부담이 된다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

보증금 제도는 전매(轉賣) 관행을 없애 바가지 요금을 막겠다며 도입됐다. 위원회 관계자는 “A 업체가 자릿값 300만원을 내고 호떡을 팔겠다고 심사를 받아 허가를 받고서는 B 업체에 500만원을 받고 자리를 넘겨버리면 A업체는 1개 3000원에 팔 수 있는 호떡을 B업체는 이윤을 남기려 5000원에 팔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대형 축제에는 이런 전매 행위가 암암리에 있었다”며 “진해군항제는 전매 제한 보증금을 받고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 축제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기 위한 TF를 가동하고 있다. 축제에 사람들이 와서 돈을 써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데 음식 값이 비싸다는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고 축제 의미가 퇴색될 수 있어서다. 진해군항제 음식 가게들은 대부분 현수막에 g 단위로 무게와 가격을 표시하고 있었다.

위원회는 음식점 점주들에게 바가지 요금이 적발될 경우 퇴출한다고 안내하고, 관광객들에겐 바가지 신고센터 전화번호가 적힌 팸플릿을 나눠줬다. 이날 오전 기준 진해군항제 바가지 신고센터에는 음식 값이 비싸다고 접수된 건은 0건이다. 숙박 업소가 비싸다는 신고만 1건 접수됐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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