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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전공의 의존하다가 ‘남은 인력 쥐어짜기’ 비판
보건의료단체연합 “분원 지을 돈 인력에 써야”
지난 2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이탈이 길어지자 서울아산병원이 간호사 포함 직원 대상 최대 무급휴가 신청 기간을 한달에서 100일까지 늘렸다. 대형병원들도 진료 축소에 따른 손실을 이유로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인건비 줄이기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값싼 전공의에게 의존해오다 진료 공백 사태를 맞은 대형병원들이 남아 있는 인력까지 쥐어짠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아산병원 내부 공지를 보면, 병원은 지난 26일 한시적 무급휴가 신청 기간을 기존 ‘최소 1일~최대 1개월’에서 ‘최소 1일~최대 100일’로 확대했다. 무급휴가 접수는 지난 4일부터 진행 중인데, 신청 가능한 최대 기간이 이번에 늘었다. 무급휴가를 신청한 날만큼 급여 등이 지급되지 않는다. 서울아산병원은 울산대 의대 수련병원 가운데 한 곳으로, 전공의 비율은 34.5%에 달한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상황이 길어질 수 있어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무급휴가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병원 쪽은 무급휴가가 자율 신청이라고 하지만, 노동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경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아산병원 지부장은 “무급휴가를 강제하진 않지만 누군가 ‘병원이 어려우니 같이 돕자’고 하면 마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병원 노동조합은 의사 외 직원 7천여명 중 1500명 이상이 이미 평균 6일가량 무급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의사 가운데 40% 이상이 전공의인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도 사정이 비슷하다. 서울대병원은 60여개 병동 중 10개 병동을 통합 운영하면서 지난 4일부터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세브란스병원도 지난 21일부터 1주 단위로 최대 4주까지 쓸 수 있는 자율 무급휴가 신청을 받았고, 75개 병동 중 6개 병동을 3개로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서울 지역 한 대형병원 간호사는 “일하던 병동을 폐쇄하고 다른 데로 가면 처음 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며 “대형병원에 남은 환자는 중환자가 많아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무급휴가 없이 병동 19개 중 2개만 비웠다. 삼성서울병원은 무급휴가나 병동 통합을 검토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대형병원이 입게 된 손실을 현장을 지키는 노동자에게 떠맡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의료 대란에는 전문의를 제대로 안 뽑고 값싼 전공의로 전체 의사 30~40%를 채운 대형병원에도 책임이 있다”며 “인력을 쥐어짜 번 돈으로 지금 의료 대란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지, 고통을 노동자에게 분담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원을 조금만 늦게 지어도 무급휴가제를 시행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전문의 중심으로 중증·응급 환자만 진료해도 대형병원이 정상 운영되도록 건강보험 보상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전공의 없이 전문의만으로 중증·고난도 의료에 집중해도 상급종합병원 경영에 문제가 없어야 정상적인 건강보험 수가(가격) 체계”라며 “필수·중증의료 수가 체계와 그간 병원들의 운영 상황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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