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설 15년 만…임기 오는 4월 30일까지
주유엔대사 “범죄 상황에서 CCTV 파손한 것과 비슷”
주유엔대사 “범죄 상황에서 CCTV 파손한 것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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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회원국 회의.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 활동이 창설 15년 만에 종료뙈 대북제재가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안보리는 28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한 결과,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이로써 전문가 패널의 임기는 오는 4월 30일로 종료된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3개국은 찬성했고, 중국은 기권했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한 전문가 패널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등에서 파견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돼 활동해 왔다. 패널은 안보리 대북제재위를 보조해 북한의 제재 위반 의혹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매년 두 차례 대북제재 이행 위반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내왔다. 안보리는 매년 3월쯤 결의안 채택 방식으로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씩 연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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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일 등 총 10개국과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는 대북제재에 일몰 조항을 신설하자는 자국 요구가 이번 결의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이는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명분 쌓기일 뿐 실제로는 북한과의 무기거래로 전문가 패널을 지속해 유지하는 게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 패널이 활동을 종료하면 안보리는 대북제재 위반 사항을 유엔 회원국에게 신뢰성 있게 알릴 수단을 잃게 된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날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건이 부결된 이후 “이는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러시아는 핵무기 비확산 체제 수호나 안보리의 온전한 기능 유지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 및 탄도미사일 공급을 위해 북한을 두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달 발간된 연례 패널 보고서에는 대북제재를 위반해 러시아가 북한과 무기거래를 한 정황이 사진과 함께 구체적으로 담겼다. 수많은 정황 증거에도 불구하고 현재 러시아는 아직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북한과의 무기거래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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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위 패널보고서가 지적한 북러 무기거래 정황 위성사진.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거부권행사로 전문가 패널 활동이 중단되게 된 데 대해 강력 비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의 무모한 행동은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여러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부과한 매우 중요한 제재를 더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한국 외교부도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 모니터링 기능이 더욱 강화돼야 할 시점에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이사국의 총의에 역행하면서 스스로 옹호해 온 유엔의 제재 레짐(체제)과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을 택했다”고 규탄했다.
한편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전문가 패널 활동이 종료된 뒤에도) 대북제재위는 지속되며 제재체제 이행을 감시하는 역할을 여전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리 대북제재위 의장국인 스위스의 파스칼 베리스빌 유엔대사도 “대북제재는 그대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