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강원도 홍천의 한 자택에서 화재가 발생한 정수기.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내 유명 정수기의 온수를 틀었다가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업체 측의 안일한 대처를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60대 A씨는 지난 5일 강원도 홍천의 자택에서 정수기 온수를 틀었다가 정수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불꽃이 튀는 사고를 겪었다.
이후 A씨는 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A씨가 전기 코드를 뽑은 후 업체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자, 나흘 뒤에 방문하겠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의 남편 B씨까지 가세해 항의하자, 업체 측은 그제서야 정수기 수리 기사를 보냈다. 방문한 기사가 정수기를 확인한 결과 온수를 가열하는 부품이 새까맣게 타거나 녹아버린 상태였다. 검은 재들이 다른 부품까지 튀어 번지기도 했다.
이틀 뒤 고객센터 측은 A씨 부부에게 제품을 교체하는 데 사흘이 걸리니 렌털비 2000원을 빼주겠다고 했다. 정수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기간 생수 구입비용 4000원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가 발생한 정수기는 온수 저장고가 없이 순간 온수 방식으로 작동된다. 10여 년 전 개발된 제품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정수기는 두 달 전에 설치한 새 제품"이라며 "이런 제품에서 불이 났다면 업체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고객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살피고 즉시 달려와 사과해야 하는 데 고객을 아예 뒷전으로 여기는 태도에 화가 났다"고 이 매체에 밝혔다.
해당 업체는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A씨 부부를 찾아가 정중히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 관계자는 "이번 일로 불편을 겪으신 고객님께 우선 사과 말씀드린다"며 "당사 정수기의 주요 부품들은 불에 타지 않는 재질을 사용하는 등 안전 설계로 제품 내부의 발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전했다. 또 "이번 사례는 누전으로 인해 부품이 파손된 것으로 파악돼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