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미사이언스 주추총회
사내이사 선임 두고 모녀 vs 형제 대결
사측 후보 6인 진입 실패
‘한미-OCI’ 통합 암초

한미그룹 창업자 일가. /조선DB

모녀와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승기를 잡았다. 이로써 모녀가 주도한 OCI그룹과의 통합이 새 암초를 만났다.

28일 경기도 화성 라비돌호텔 신텍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의결권 주주 대상 투표를 집계한 결과, 한미사이언스 측 후보 6명이 모두 선임 실패했다. 임종윤, 임종훈 형제를 비롯한 형제 측 후보 5인 모두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앞서 고(故)임성기 회장의 장·차남 임종윤, 임종훈 형제는 한미그룹의 현 경영진이자 모친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추진한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는 안건을 주주 제안으로 상정했다.

이사회는 최대 10명까지 구성할 수 있다. 기존 이사회 멤버는 송영숙 회장과 신유철·김용덕·곽태선 이사 등 4인으로 구성돼 있고, 남은 사내이사 자리 최대 6개를 놓고 양측 후보 11명이 이날 표 대결을 벌인 것이다. 득표 순으로 결정되는데, 이사 선임 조건인 찬성률 과반을 넘어야 한다. 만약 득표 순위상으로는 상위권이지만 찬성률이 50% 미만이라면 탈락이다.

2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라비돌호텔 신텍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한 주주가 의결권 표결 종이를 들고 있다. /허지윤 기자

한미사이언스 측 후보자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사내이사), 이우현 OCI 대표이사 회장(사내이사),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기타비상무이사), 박경진 한국회계학회 가상자산위원회 위원(사외이사),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사외이사),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사외이사) 등 6인이다.

임종윤, 임종훈 전 사장 측 후보자는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사내이사),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사내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기타 비상무이사),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기타 비상무이사), 사봉관 변호사(사외이사) 등 5인이다.

이날 주총은 당초 오전 9시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위임장 집계에 이은 법원의 검토 작업이 지연돼 오후 12시 30분쯤 시작됐다. 이우현 OCI 그룹 회장,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불참했다. 다만, 총회가 표결 집계 프로그램 구동 문제로 총회가 거듭 지연됐고, 오후 2시를 넘어 이우현 회장은 “이렇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줄 몰랐다”며 “내일 OCI 주주총회를 준비해야 한다”며 총회 현장을 떠났다.

한편, 한미그룹 창업자 고(故) 임성기 회장 일가는 지난 1월 12일 OCI그룹과의 통합을 발표한 이후 모녀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과 이에 반대한 형제 임종윤, 임종훈 전 사장이 둘로 나뉘어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지난 26일 형제 측이 OCI와 한미그룹 통합에 반대하며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뒤이어 양측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송 회장은 그룹을 이끌 후계자로 딸인 임주현 사장을 공식 지목했다.

조선비즈

허지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