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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규 없어 재물손괴죄로 다뤄
게티이미지뱅크

# 2022년 4월, 남성 배달원 ㄱ씨는 여성 ㄴ씨의 집 앞에 놓여있던 택배 상자 안에서 수영복을 꺼내 자신의 체액을 묻혔다. 이어 인근 다른 건물로 이동해, 평소 알고 있던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또 다른 여성 ㄷ씨의 현관 앞에서 자위행위를 한 뒤 체액을 뿌렸다. 재판부는 ㄱ씨에게 ‘성범죄’가 아닌 ‘재물손괴죄’와 ‘주거침입죄’를 적용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현행 성폭력 처벌법(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불법촬영 관련 조항을 제외하면 비신체적(비접촉) 성범죄를 형사 처벌할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성폭력 처벌법을 적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ㄱ씨는 성범죄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것은 물론, 신상정보 등록 등의 처분도 피할 수 있었다.

‘체액 테러’(Semon Terror)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비해 처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경남 사천에서 남성 고교생이 여성 교사의 텀블러에 체액을 넣은 사건이 알려졌다. 한달 전인 2월에는 충남 서산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한 남성이 앞에 앉은 여성 고교생의 머리에 체액을 뿌린 사건이 지역 매체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런 종류의 체액 테러 사건은 피해자에게 성적 불쾌감을 준다는 측면에서 성범죄의 성격을 띄지만, 관련 법 규정이 없어 주로 타인의 물건을 손상시킨 혐의(재물손괴죄)로 다뤄진다. 재물손괴죄의 형량은 3년 이하 징역 700만원 이하로, 공중밀집 장소에서의 추행(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약하다. 다만 체액이 피해자의 신체에 묻은 경우 강제추행죄가 적용된 사례가 있다.

체액 테러 같은 비접촉 성범죄 처벌 입법 공백 문제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꾸준히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21년 국내에서 40대 남성 공무원이 여성 동료의 텀블러에 수차례 체액을 담거나 묻혔다 적발된 사건을 전하며 “한국은 성추행과 성폭력처럼 직접적인 접촉과 협박이 있어야만 성범죄로 간주한다. 체액 테러 피의자에게 성범죄 혐의를 적용할 법 조항이 없다”고 보도했다. 인도 매체 더타임스오브인디아도 “체액 테러는 일부 국가에서 증가하고 있는 새롭고 추악한 형태의 성범죄”라며 “한국에서 몇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도 2022년 “온·오프라인 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성적 인격권’ 침해 범죄를 신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체액 테러나, 메타버스상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성적 괴롭힘처럼 신체접촉 없이도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성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이를 처벌할 법조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 개정은 더디다. 2021년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기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물건을 상대방의 주거·직장·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에 두어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소관위원회에서 한 차례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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