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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광화문까지 버스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영호(48)씨는 28일 오전 7시 출근길에 이상한 현상을 봤다. 중앙차로를 따라 끊임없이 오가야 할 버스가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여분 넘게 버스를 기다리던 그는 온라인 뉴스를 통해 버스 파업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김씨는 할 수 없이 쌍문역까지 20분 가까이 걸어가 지하철을 탔다. 김씨는 "버스 파업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새벽에 기습적으로 파업을 결정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28일 서울의 한 공영차고지에 버스가 주차돼 있다. 뉴스1
파업 사실 모른 채 출근길 나선 시민들 '당혹'
이날 오전 4시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이 바람에 서울지역 시내버스 7382대 가운데 97.6%(7210대)가 멈췄다. 그런데 파업이 이날 새벽 2시 20분쯤 결정되면서 시민들은 더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대부분의 시민은 파업이 결정될 무렵 깊은 잠자리에 들어 뉴스를 접할 가능성이 작았다고 한다. 또 상당수 언론도 보도를 잠시 멈출 무렵이었다. 이 바람에 영문도 모르고 출근길에 나섰던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날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시행을 앞둔 고등학생은 애를 태워야 했다. 성북구 길음동 한 고등학교 3학년 A군은 이날 등굣길에 서울 공공자전거인 '따릉이'를 타고 20분 넘게 달렸다. 평소 부모님 자가용으로 등·하교를 하곤 했지만, 버스 파업 여파로 미아사거리 일대가 극심한 정체를 빚은 탓이다.

A군은 결국 시험에 늦지 않기 위해 등굣길 중간에 내렸다. A군의 부친은 "파업한다고 사전에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서울시는 그 흔한 안내 문자도 안 보내고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그나마 각급 학교 학생들은 학교를 통해 파업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공지를 받았다고 했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중구 서울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의사에 이어 버스기사까지 자기 주장만"
그나마 이날 서울시가 지하철을 증편하고, 무료 셔틀버스 480대를 투입하는 등 대책을 세운 덕분에 불편을 덜 수 있었다. 지하철은 출퇴근 혼잡 완화 및 불편 해소를 위해 1일 총 202회를 늘려 운영한다. 막차 시간은 종착역 기준 익일 오전 1시에서 2시로 연장해 운행한다. 하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피로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한다. 경기도 과천에서 서울 중구 남대문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B씨는 "의사도 그렇고, 버스기사도 그렇고 일단 시민들을 볼모로 잡고 자기주장만 하겠다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고 했다.

버스 등 대중교통 파업이 밤늦게 결정된 게 이번뿐만이 아니다. 2022년 11월 서울 지하철 파업도 밤 10시쯤 결정됐다. 다른 대중교통 노조 파업도 노사협상이 대부분 밤늦게까지 이어지다가 자정 무렵이나 새벽에 결정되곤 한다. 이에 시민들은 "대중교통 파업이 왜 하필 한밤중에 결정되냐"며 "파업 여부를 시민에게 미리 알리고 밤샘 협상도 자제하면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열차 내부가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합법적인 파업을 위한 법 절차인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절차가 지난 27일 오후 2시 30분에 개시돼 협상 자체가 늦어졌다"며 "노사가 장기간 대화를 해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새벽 무렵 파업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버스노조 관계자도 "사용자측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다 보니, 협상 시간이 길어졌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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