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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볼티모어 다리 붕괴 사망 2명·실종 4명 모두 중남미 이주노동자
볼티모어 다리 붕괴 사고 실종자인 미구엘 루나(왼쪽)와 메이너 야시르 수아소 산도발의 모습. 페이스북 갈무리

“그들은 적은 임금으로 일하면서 미국과 국외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해 왔다.”(동료 건설 노동자)

미국 볼티모어 다리 붕괴 사고로 주검이 수습되거나 실종된 이들이 모두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 출신 이주 노동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2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새벽 시간에 다리 보수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새벽 볼티모어항 인근을 지나던 컨테이너선 ‘달리’가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의 교각과 부딪히면서 8명이 물에 빠졌다. 이 가운데 2명이 구조됐고, 현재까지 2구의 주검이 수습됐다. 미 해안경비대는 27일 저녁 수색 중단을 선언하면서 실종자 4명도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검이 수습된 2명과 실종자 4명 등 6명은 모두 과테말라·멕시코·엘살바도르·온두라스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다. 실종자인 미구엘 루나(49)는 엘살바도르 출신으로 메릴랜드주에서 19년 동안 살았다. 그는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루나의 아들인 마빈은 “우리는 아직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온두라스 출신 실종자 메이너 야시르 수아소 산도발(38)은 서른아홉 번째 생일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변을 당했다. 18살 아들과 5살 딸을 둔 그는 18년 전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이들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 헤수스 캄푸스는 “내 친구들은 그 다리에서 일하고 있었다”며 “그들은 적은 임금으로 일하면서 미국과 국외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해 왔다”고 말했다. 실종자 수아소 산도발의 조카인 헥터 구아르다도는 “삼촌은 언제나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결혼식 같은 중요한 가족 행사가 있을 때마다 화상 통화를 했다. 생일에는 먼 친척을 위해 케이크를 사주었고, 누군가 아프면 약값을 보탰다”며 “주검을 발견할 때까지는 삼촌이 살아 있기를 바라고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맥헨리항구에서 사람들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 붕괴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워싱턴 포스트는 “이들은 임시 일자리와 단속의 위협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으며, 불법 이민을 단속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경멸적인 시선도 견뎌야 한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민자 단체 ‘카사’를 인용해 볼티모어와 워싱턴 지역의 건설 산업 노동자의 39%인 약 13만명이 이민자라고 전했다. 이 지역의 중남미 출신 이민자는 2010년대 10년 동안 77%가 증가했을 정도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구스타보 토레스 카사 전무는 “이번 희생자들은 이 아름다운 나라(미국)에 기여하는 수천 명의 볼티모어 거주 이민자 가운데 하나의 구체적 사례일 뿐”이라고 말했다.

희생자들의 출신국들도 비통한 뜻을 밝히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7일 “이 비극은 이민자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보여준다. 그들은 한밤중에 밖으로 나가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멕시코 출신은 2명이 실종됐고 1명이 구조됐다. 다만 멕시코 당국은 가족의 뜻을 존중해 실종자의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2명이 실종 상태인 과테말라의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대통령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실종자, 그들의 가족과 연대할 것”이라고 썼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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