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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중구 서울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나선 28일 오전 출근길은 혼돈 그 자체였다. 일부 시민은 노조의 파업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렸고, 지하철은 금세 인파로 가득찼다. 택시를 기다리는 줄도 길게 이어지면서 출근 시간을 넘긴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미국에 머물던 40대 이모씨는 귀국 첫날 좀처럼 오지 않는 버스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막 한국으로 돌아온 이씨는 버스 파업 소식을 알지 못했다. 국내 휴대전화 데이터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이씨는 택시 호출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결국 40분이 넘도록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환승센터 근처에서 택시를 기다려야 했다.

이씨처럼 당황한 시민들은 서울 곳곳에서 목격됐다. 노조 파업 소식은 시민들이 모두 잠든 새벽 시간에 결정됐다. 실제로 대부분의 시민이 집을 나서던 순간까지 파업 소식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지하철 9호선 당산역 인근에서 서울 마포구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던 홍모(36)씨는 평소와는 달리 정류장이 한산해 의아했다고 한다. 홍씨는 “사람도 없고 5714번 버스도 15분이 넘도록 오지 않아서 뉴스를 찾아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2호선 강남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선 중년 남성들이 ‘도착 정보 없음’이라는 안내 표시판을 보고 급하게 도로로 뛰어가 신호를 기다리던 택시 문을 두드렸다. 청량리역환승센터에선 영문을 모르고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을 향해 한 중년 여성이 “오늘 파업이래요”라고 외친 뒤 급히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중구 서울역 지하철 역사에서 시민들이 지하철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뒤늦게 노조의 파업 사실을 확인한 시민들은 서둘러 대체 이동수단을 찾았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버스 대신 택시를 찾는 시민들이 애타게 손을 흔들었지만 대부분 차량은 ‘예약’ 표시등을 띄우고 있거나 승객이 이미 탑승한 상태였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으로 출근하던 60대 이모씨는 “택시를 잡는 애플리케이션을 쓸 줄 몰라서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다. 이러면 회사에 지각하는데…”라며 초조해 했다. 택시기사인 김모(71)씨는 “길거리에서 손짓으로 택시를 찾는 손님이 평소보다 2배 가량 더 많이 보였다”고 전했다.

버스를 타려던 승객이 몰리면서 일부 지하철 역사 안은 발 디딜틈도 없이 붐볐다. 이날 오전 8시쯤 5호선 여의도역에선 출구부터 개찰구까지 지하철을 타려는 승객들이 지그재그 형태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역사에선 ‘내부가 혼잡하니 조심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연신 울려 퍼졌다.

평소 5618번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한다는 A씨는 지친 기색으로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 어지러웠다”고 토로했다. 중구 신당동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황신숙(58)씨는 “지하철을 제대로 타본 적이 없어 무슨 노선을 타야 하는지 몰라 헤맸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는 이날 시내버스 파업에 대비해 무료 셔틀버스를 투입했다. 다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시민이 대다수였다.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하던 김모(31)씨는 “셔틀버스를 어디에서 언제 탈 수 있는지 몰라 무작정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했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민들은 12년 만에 이뤄진 시내버스 파업에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강남역에서 만난 박모씨는 과거 버스 파업 사례를 떠올리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과거에는 출근 시간 전에 극적으로 노사가 합의하거나 이렇게 모든 버스가 멈추는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다”며 “10년 넘게 출근하면서 버스가 아예 오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30대 장모씨도 “파업 사태가 지속하면 시민들 불편은 커지고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다만 버스 파업의 배경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의도역에서 지하철을 타던 B씨는 “불편하긴 하지만 버스 기사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기에 파업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서울버스노조는 인천과 경기지역으로 버스운전기사 인력 유출이 심화되면서 이를 막기 위해 12.6% 시급 인상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과도한 요구”라고 반박했다. 사측은 올해 공무원 임금 인상률인 2.5% 인상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사 협상과정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임금 6.1% 인상이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28일 오전 2시20분쯤 사측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오전 4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전체 서울 시내버스(7382대)의 97.6%에 해당하는 7210대가 운행을 멈췄다. 서울버스노조의 파업은 2012년 20분간의 부분 파업 이후 12년 만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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