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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28일 오전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 버스가 멈춰 선 것은 2012년 부분 파업 이후 12년 만이다. 뉴스1

28일 오전 8시, 서울 양천구 신월3동의 한 버스 정류장. 시민 10여 명이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화곡역도 도보로 23분이 걸려 버스 이용객이 많은 정류장이다. 정류장을 찾은 직장인 박수정(31)씨는 “뉴스를 잘 안 봐서 파업하는 줄 몰랐다”며 “회사가 서초에 있어서 2호선 까치산역에 가야하는데 택시도 안 잡혀서 걸어서 역까지 가려한다”고 말했다.

전광판에는 '버스 도착 정보 없음'이라는 문구가 떴다. 한 여성은 휴대전화 화면을 보다가 결국 다급하게 뛰어갔다. 택시 잡기 경쟁도 치열했다. 택시기사 김모(56)씨는 “신월동은 교통 안좋기로 유명하다. 오늘은 신월동에서 나오는 손님 태워가면 되겠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대 관악구 대학동의 한 버스정류장도 마찬가지였다. 마흔 명이 넘는 이들이 유일하게 운행하는 6514번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이었다. 버스 파업을 아예 모르고 정류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중학생 최모(14)양은 “혹시나 싶어 정류장을 찾았는데 진짜 한 대도 없을 줄 몰랐다”며 “학교까지 도보로 20분은 걸어가야 하는데 이미 지각”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28일 오전 7시 50분쯤, 서울 관악구 대학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버스 파업을 알지 못했다. 이영근 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12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출근 대란이 벌어졌다. 이날 파업으로 전체 서울 시내버스(7382대)의 97.6%에 달하는 7210대가 운행을 멈췄다. 서울역 버스 환승센터는 차도가 텅 비어있었다. 그나마 운행하는 1711번 버스가 20분만에 겨우 도착했다. 한 시민은 “버스다! 이거 놓치면 진짜 지각이야”라며 황급히 탑승했다.

반면에 지하철은 풍선효과로 혼잡이 가중됐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의 플랫폼 계단은 1호선 하차 승객과 승차 승객이 뒤엉켜 한 발자국도 나아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 직원은 “이쪽 계단은 꽉 찼다 다른쪽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달라”고 소리쳤다. 1호선 승객 김민(27)씨는 “의지와 상관없이 3분 정도 움직이지 못했다”며 “버스 파업때문인지 지하철 안도 그렇고 환승 구간도 미어터지는거 같다”고 말했다.

신림선 경전철은 2칸에 불과해 다른 노선보다 더 혼잡을 빚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김모(25)씨는 “경전철이라 사람이 조금 밖에 못탄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며 “평소보다 늦게 도착해 수업 30분 늦게 생겼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8시 20분쯤,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환승을 하기 위해 이동 중이다. 이날 서울 지하철은 버스 파업 여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찬규 기자

서울시는 파업이 끝날 때까지 비상교통대책을 추진한다. 출퇴근 혼잡시간대를 현행보다 1시간씩 연장해 지하철 투입을 늘린다. 지하철 막차 시간은 종착역 기준 익일 오전 1시에서 2시로 연장해 운영한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운행이 중단된 시내버스 노선 중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지역에 400여대를 투입해 출퇴근과 등하교를 지원한다.

하지만 이날 관악구 대학동 주민센터 앞은 구청 안내와 달리 30분 넘게 셔틀버스가 도착하지 않았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도착 정보도 안 나오는 데다 아무런 안내 표지도 없어 실제 버스가 오는 지도 모르겠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양천구 등 일부 지자체는 직원이 직접 셔틀버스 운행 지점으로 출근해 안내를 도왔다. 윤종일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원만한 노사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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