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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재조정 규모 제안 제각각
증원 불필요 근거 없이 백지화 주장
의협은 "500~1000명 감축" 요구도
"정책 결정과 책임은 정부 몫" 지적
27일 오후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가 서명한 사직원을 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2,000명 vs 0명.'


정부가 내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학교별 배분까지 마쳤지만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은 여전히 '숫자 싸움'에 매몰돼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면서도 "백지화가 0명은 아니다"라거나 "오히려 500~1,000명 줄여야 한다"는 등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의정 대화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결정하는 데 참고한 자료는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각각 수행한 '의사 인력 추계 연구' 3건이다. 홍 교수는 2035년에 부족한 의사 수를 1만816명으로 추계했고 신 위원과 권 위원은 각각 9,654명, 1만650명으로 제시했다. 각자 연구 방법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1만 명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도 의대 신입생이 졸업하는 2031년부터 의사 2,000명이 추가 배출되면 2035년까지 부족한 1만 명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의사들 견해는 중구난방이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500~1,000명 증원이 적절하다"고 했고,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은 "한국과 의료시스템이 비슷한 미국 일본 대만을 참고해 10년간 1,004명으로 속도를 조절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350명을 언급했는데, 이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된 정원을 복원하는 수준이다. 전국 40개 의대 중 39개가 가입된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증원 백지화가 0명을 뜻하는 건 아니다"라며 재검토 여지를 열어 뒀으나 교수들이 원하는 적정한 증원 규모가 몇 명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간호사들이 27일 서울 강서구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시스


정부도 "의료계가 훨씬 설득력 있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논의해 볼 수 있다"며 수차례 대화와 토론을 요청했다. 현재로서는 2,000명 증원 의지가 확고한 정부가 재조정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설사 협상 테이블에 올린다 해도 의사들 간 통일된 의견이 없어 의정 간 합의를 도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공의, 전임의, 의대 교수, 개원의 등 각자 이해관계가 달라서 증원에 관한 의견 일치는커녕 정부와 협상할 대표단을 꾸리는 일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를 하려 해도 대화할 상대도, 확실한 의제도 없는 것이다.

의사들은 정부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KDI 등 권위를 인정받는 기관에서 발행한 연구보고서가 엄연히 존재한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에 비해 적다는 통계도 있다. 의사들은 의사 수 추계 연구자들이 '매해 500~1,000명 증원' '연간 1,000명씩 10년간 증원' 등 다른 해법을 제안한 점을 2,000명 증원을 반박하는 논거로 삼지만, 그렇다고 연구자들 제언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수 감축까지 주장하고 있다. 새 수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회장은 "의대 정원은 늘릴 게 아니라 오히려 500~1,000명을 줄여야 한다"고 말해 왔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증원 백지화'를 요구 사항으로 내놨지만, 증원에 반대하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합리적 근거로 국민과 정부를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증원 철회'만 요구하는 건 '억지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며 "의료 정책은 의사들만의 것이 아니다. 간호사와 환자 등 현장의 여러 목소리를 반영하되 결정은 정부가 하고 책임도 정부가 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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