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지혜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12월 1일, 서른을 한 달 앞둔 소방관이 화재를 진압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이름은 임성철. 제주 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의 소방장이었죠. 불길에 휩싸인 감귤창고의 옆 주택, 그곳에 사는 노부부를 구한 뒤 다시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던 그는 콘크리트 처마가 무너지며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의 죽음에 절친했던 동료들은 절망했던 모양입니다. 소방관 A씨가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면 말입니다. 그는 임성철 소방장이 떠난 뒤 자신의 직업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그런 A씨에게 다시 한번 용기를 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제가 받은 용기가 다른 분들에게는 일상의 작은 감동이 되었으면 한다”며 임 소방장의 유족에게 기부금을 낸 기부자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명단에는 수많은 단체와 개인, 기업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중 한 이름이 눈길을 사로잡았죠. ‘밉지않은 관종언니’. 가수 이지혜씨의 유튜브 채널명이었습니다. 기부 금액은 1000만원이었죠.

A씨는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장면으로만 봐서 친근한 분이었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며 “그 밖에 기부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지혜씨의 선행은 유족에게만 위로가 된 게 아니었습니다. A씨 역시 소방관으로서 책무를 다할 동력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는 “가까운 동료가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를 겪고나서 앞으로 현장 활동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런 선행으로 고민이 사라졌다”며 “할 일을 해야겠다는 명확한 신념이 생겼다”고 했죠.

또 “위로에 동참해주신 분들 덕분에 죽음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예상되더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글을 마무리하며 “고맙습니다. 이지혜님, 평생 팬입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지혜씨의 선행이 감사의 인사를 받은 만큼, A씨와 임 소방장의 노고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기억돼야 하겠지요. 특별한 보상이 아닌, 누군가의 선함에 다시 한번 목숨을 걸고 시민들을 지켜보겠다는 A씨. 그 숭고한 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801 검찰,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속도…민주당 인사·경찰 조사 랭크뉴스 2024.07.01
2800 북, 미사일 2발 발사…‘실패 미사일’ 내륙 피해 가능성 랭크뉴스 2024.07.01
2799 윤 대통령, 정무장관직 신설 방침…“국회 소통 강화” 랭크뉴스 2024.07.01
2798 '금요일 오후 1시 퇴근'…제주도, 유연 근무 도입 랭크뉴스 2024.07.01
2797 ‘계곡 살인’ 방조한 이은해 지인, 2심서 징역 10년···1심 형량의 2배 랭크뉴스 2024.07.01
2796 위안부 문제 다룬 차인표 소설, 영국 옥스퍼드대 필수 도서 선정 랭크뉴스 2024.07.01
2795 경찰, 전방위 수사 뻗어가는 ‘고려제약 리베이트’···의사 100여명 입건 랭크뉴스 2024.07.01
2794 "문자·전화 그만 좀"… '개딸' 향해 피로감 드러낸 이재명 랭크뉴스 2024.07.01
2793 정부,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저출생·고령화 대응” 랭크뉴스 2024.07.01
2792 열여덟 소녀들의 ‘입대할 결심’ [취재후] 랭크뉴스 2024.07.01
2791 바이든은 정면돌파, 출구 못찾는 후보교체론…美대선 격랑 속으로(종합2보) 랭크뉴스 2024.07.01
2790 6월 모평 영어 1등급 ‘역대 최저’ 1.47%…“절대평가 취지 역행” 랭크뉴스 2024.07.01
2789 "민주당 아버지가 가르쳤나" "깽판 치냐"…운영위 시작부터 난장 랭크뉴스 2024.07.01
2788 일단 살아남은 여가부… 정부 “폐지 여부 계속 논의” 랭크뉴스 2024.07.01
2787 정진석, 채상병특검법에 "위헌소지 법안, 당연히 거부권 해야"(종합) 랭크뉴스 2024.07.01
2786 "주제에 누굴 먹어, 빡치심 느낀다"…류호정 분노한 성희롱,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7.01
2785 '62년간 단 4명' 유퀴즈 나온 '희귀 공무원', 5번째 합격자 나왔다 랭크뉴스 2024.07.01
2784 ‘VIP 격노설’ 의혹에... 대통령실 “들은 적 없고 아는 바 없어” 랭크뉴스 2024.07.01
2783 경찰, 고려제약 리베이트 관련 의사 100여명 추가 입건… “입건 의사 더 늘 수도” 랭크뉴스 2024.07.01
2782 전국 '물폭탄' 예고…내일부터 최대 150㎜ 장맛비 쏟아진다 랭크뉴스 2024.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