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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하중 떠받치는 ‘기둥 역할’ 교각에 충돌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장치 부실 지적도 나와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교량이 선박의 충돌로 붕괴된 사고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선박이 교각과 충돌했을 때 충격이 상당히 컸던 점, 다리에 완충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건축공학 전문가들은 교량 전체를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는 ‘교각’에 선박이 충돌한 점이 붕괴를 일으켰다고 진단했다.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는 길이가 약 2.6㎞에 이르는 대형 교량인데도 컨테이너선 ‘달리’가 충돌한 후 약 20초 만에 완전히 무너졌다.

국제교량안전협회장인 댄 프랭고폴 리하이대학 교수는 “구조물은 기본적으로 기둥이 없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다리의 하중을 재분배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고 WP에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사고 당시 선박은 시속 8노트(약 15㎞)로 움직이고 있었다. 버지니아공대의 로버토 리언 교수는 선박의 중량과 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큰 힘으로 교각을 강타했을 것이라면서 “교각이 버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충돌할 때의 힘을 흡수하면서 구부러지는 것뿐이지만 그게 불가능해 다리가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교각에 완충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의 위성사진과 사고 영상을 분석한 결과 ‘펜더(방현재)’라고 불리는 완충장치가 부실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펜더는 교각 주위에 암석을 쌓거나 목재 판을 두르는 등 여러 형태가 있으며, 교각에서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진 곳에 충분한 크기로 만들어진다. 선박 등이 교각이나 교량과 직접 부딪치지 않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국 교량 설계자인 이언 퍼스는 선박이 교각 주위의 보호장치를 벗어난 곳에 충돌한 것 같다면서 “3~4개의 보호장치가 추가로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뉴욕의 베라자노 내로스 다리 등 다른 대형 교량은 위성사진으로 봤을 때도 암석과 콘크리트 등을 활용한 ‘보호벽’이 설치돼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미국 국립공학연구원의 나이르 박사는 “이 정도 규모와 중요성을 지닌 다리는 어떤 선박에 잘못 부딪혀도 붕괴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주 당국은 교각 설계나 펜더 설치 여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제니퍼 호멘디 국가교통안전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교량 설계 관련 의문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다리의 구조와 건설 과정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거대해지는 선박에 비해 교량은 낡은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건설되던 1977년에는 비교적 선박의 크기가 작고 교통량도 적어 달리호와 같은 대형 컨테이너선과 충돌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존스홉킨스대학의 벤저민 셰퍼 교수는 “(다리 아래 지나는) 선박들은 너무나도 거대하다. 어떤 다리도 달리처럼 큰 선박의 충돌을 견디지는 못했을 것”이라면서 선박에 전력이 끊겼을 때도 궤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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