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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분 만에 블랙아웃... 엔진 꺼지고 통제력 상실
실종자 6명 수색 중단... "생존 가능성 희박" 판단 
바이든 "교량 재건 비용 연방정부서 전액 부담"
26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 중앙 부분이 컨테이너선 '달리호'에 들이받힌 뒤 처참하게 무너져내려 있다. 볼티모어=UPI 연합뉴스


상상할 수조차 없던 비극이다. 액션 영화에서 튀어나온 장면 같았다
.”

26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항의 대형 교량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이하 키 브리지)의 붕괴를 두고 브랜던 스콧 볼티모어 시장은 이렇게 탄식했다. 이 다리를 들이받은 대형 컨테이너선 ‘달리호(號)’는 출항 30분도 안 돼 정전이 되면서 통제력을 상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오염 연료’ 사용이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엔진 룸서 연료 타는 냄새... 암흑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적 화물선인 달리호는 이날 오전 1시쯤(미 동부시간 기준) 항구를 떠났다. 하지만
불과 24분 만에 이상이 감지
됐다. 선박 조명이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완전 정전(complete blackout)을 의미하는 신호로, 엔진 출력이 멈추고 항법 장치도 쓸 수 없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달리호의 한 승무원은 “엔진 룸에서 연료 타는 냄새가 났고 칠흑처럼 캄캄해졌다”고 말했다.

미국 볼티모어 교량 충돌 선박 경로. 그래픽=송정근 기자


곧이어 배는 예정 항로를 이탈했고, 오전 1시 28분쯤 키 브리지 중앙 교각과 충돌했다.
길이 300m, 폭 48m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시속 14.8㎞ 속도로 들이받은 충격파
는 컸다.

교각과 교량 상판이 물속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철골 구조물도 곳곳에서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끊어졌다. 전체 길이 약 2.6㎞의 키 브리지 중 파탑스코강 위를 지나는 구간 전체가 와르르 무너지는 데에는 2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WP는 “
교량 트러스(구조물)가 망가졌고, 배에 실린 컨테이너가 깡통처럼 쪼개졌으며, 화물선은 잔해 속에 갇혔다
”고 전했다.

이로 인해
다리 위에서 보수 작업 중이던 인부 8명이 추락해 2명만 구조
됐다. 당국은 실종자 6명 수색 작업에 착수했으나 사고 18시간 후인 이날 오후 7시쯤 일단 중단했다. 섀넌 길레스 해안경비대 소장은 “수온이 낮고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신속한 '메이데이'... 차량 통제돼 대형 참사 모면



다만
달리호의 신속한 대응으로 초대형 참사는 피했다
. 충돌 직전 선원들이 ‘메이데이(Mayday·구조 요청)’ 신호를 보낸 덕에 경찰이 출동해 차량의 교량 통행도 통제될 수 있었다. 선박은 닻을 내리는 등 비상조치도 취했다. 클레이 다이아몬드 미국항해사협회 고문은 “항해사로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량 위에 있던 인부들은 대피 신호를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가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무너져 있다. 볼티모어=로이터 연합뉴스


아직 사고 조사 초기 단계여서 속단은 어렵지만, WSJ는
‘오염 연료’가 정전을 일으켰을 가능성
을 제기했다. 한 전문가는 신문에 “오염된 연료를 쓰면 선박 주 발전기에 문제가 생긴다”며 “정전 시 비상 발전기가 가동돼도 한계가 있고 작동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선박 시스템 자체의 결함 가능성
도 배제할 수 없다. WP는 2015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달리호와 관련, “지난해 6월 칠레 산안토니오 항구 검사에서 추진 및 보조기계 관련 문제가 발견됐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반면 싱가포르 해양항만청은 “작년 6월과 9월, 외국 항구에서 선박 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볼티모어항 폐쇄... "공급망 타격 불가피"



향후 경제적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 최대 자동차 수출입항인 볼티모어항이 당분간 전면 폐쇄돼 공급망 타격이 불가피
하다. 볼티모어는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항구 도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파나마운하 가뭄(수량 부족)과 홍해 분쟁 등으로 고난을 겪는 해운업계에는 또 하나의 비극”이라며 “사용 가능한 (대체) 항만이 제한돼 있어 공급망이 추가 압력에 취약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사고의
보험금 규모는 15억 달러
(약 2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메릴랜드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교량 재건 비용을 연방정부가 전액 부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테러 정황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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