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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우체국 주무관 A씨는 발령 이틀 만에 만난 80대 민원인에게 5년간 시달려 왔다. 민원인은 다짜고짜 A씨가 자신의 돈 160만원을 훔쳐갔다고 우겼다. 그는 매일같이 찾아와 “너 죽고 나 죽자”며 욕설과 폭행을 이어갔다. 민원인은 A씨를 혐의를 거짓으로 꾸며 수사기관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경찰서와 검찰, 국민권익위원회 등으로부터 수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A씨는 2021년 복막암 3기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개복수술이 끝나자마자 경찰서로부터 출석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A씨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민원인이 죽으면 끝난다고 했다”며 “왜 개인적으로 민원인과 싸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A씨 사례는 특이한 경우가 아니다. 최근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단순 폭언·폭행에서 신상털기 등 방식으로 진화하는 악성민원을 오롯이 공무원 개인이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2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폭언과 협박 등 민원처리 담당자에 대한 위법행위는 2018년 3만4484건에서 2022년 4만1599건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단순 폭언과 폭행을 넘어 민원인이 공무원을 지능적이고 교묘하게 괴롭히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5일 경기 김포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9급 공무원 B씨는 이른바 ‘좌표찍기’를 당했다. 한 온라인 카페에서 도로파임 보수 공사 담당자인 B씨의 실명과 직통 전화번호 등이 유포된 것이다. B씨는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을 잡고 싶다”는 식의 인신공격성 댓글과 항의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정보공개청구를 일삼아 민원 행정 업무를 마비시키는 경우도 있다. 포상금을 타낼 의도로 수년치 출장부 내역과 영수증 등을 요구하거나 보복성으로 정보공개청구했다가 취소하기를 반복하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도 공무원들이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8월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조합원 187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7.3%가 지난 6개월간 고소·고발이 필요할 정도의 악성민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중 실제로 고소·고발 조치를 한 사람은 2.0%에 그쳤다.

행안부는 지난 2022년 민원처리법을 개정해 기관 차원의 법적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행정기관이 주체가 돼 고소·고발 등 우선적으로 법적 조치를 실시하고, 법적대응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부서를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강제사항은 아니다. 민원처리 담당자 보호 의무를 하지 않은 행정기관장에 대한 제재 규정도 없다.

이에 악성 민원인에 대한 기관 책임을 강화하고 기관장 명의의 고소·고발 검토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채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기관장들이 지난 수십년간 친절, 신속, 무조건 해결만을 강요해왔다”며 “일선으로 내려갈수록 시끄럽게 안 하는 게 최고라는 공무원 정서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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