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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보름 앞두고 부산의 ‘보수 우세’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부산 18개 지역구 중 15곳을 얻었다. 일부 지역에선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그랬던 지역들이 이번 여론조사에선 격전지로 돌변했다. 당내에선 “10석도 확신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석열·이재명 리스크’에 투표 의지를 잃었던 중도층이 조국혁신당 등장으로 결집, 이들의 정치 참여도가 급등하면서 정권심판론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KBS부산, 국제신문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21일부터 나흘 간 PK(부산·경남) 6개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른바 ‘낙동강 벨트’(낙동강 인근 부산·경남 선거구)인 양산을과 부산 5개 지역에서 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앞서거나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텃밭’ 해운대갑에선 구청장 출신 홍순헌 민주당 후보가 43%,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가 39%의 지지를 받았다. 오차 범위 내 접전이다. 주 후보는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21대 총선 때는 하태경 의원이 이 지역 민주당 후보를 22%p 넘게 제치고 3선에 성공했다. 보수 아성과 ‘부산 맹주’의 개인 역량이 합쳐진 결과였다. 그런 곳에서 대통령 최측근이 야당 후보에 앞서지 못한 것이다.

사상구에서도 배재정 민주당 후보가 43%, 김대식 국민의힘 후보가 39%로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다. 사상은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곳이다. 그만큼 여당 조직이 탄탄하다. 게다가 김 후보는 장 의원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19대 총선 외에는 1995년 선거구 신설 이래 진보 정당이 이긴 적이 없다.

20대 총선을 제외하곤 1988년 이후 역대 선거마다 보수 정당이 이겼던 연제구도 주목된다. 이곳에선 민주당과 단일화 한 진보당이 오차범위 밖에서 선전했다. 부산일보와 부산MBC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8∼19일 만 18세 이상 연제구 주민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진보당 노정현 후보는 47.6%,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희정 국민의힘 후보는 38.3%를 얻었다.

與 “부산 전반 빨간불” 野는 표정관리 ‘8+α’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시원치 않은 성적이 이종섭 주호주대사·황상무 수석 논란과 고물가 등의 결과라고 본다. 여권발 악재가 야당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유됐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은 최근 동료 의원 단체 대화방에 “제가 박재호 민주당 의원에게 진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부산 다른 지역도 위험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 대사 귀국 논란으로 민심이 흔들린다는 대화 중 나온 말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부산 8석을 목표로 제시했다. 중앙당에선 ‘8+α’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180석(민주당+비례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얻었던 4년 전에도 부산에선 3석에 그쳤다. 그만큼 여론조사상 고무된 분위기다. 지역에선 ‘표정 관리’ 경보가 내려졌다. 선거 당일까지 정권심판론이 유지되도록 ‘입 조심’하라는 것이다. 지역 이슈 외에는 아예 답하지 말라는 지침도 공유됐다고 한다.

민주당 부산 지역의 한 후보는 “‘보수 텃밭’이라는 공식을 불편해 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면서도 “이제 중앙 이슈나 선거 구도 질문은 아예 답을 안 하려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이종섭, 황상무 등 용산발 이슈가 터진 시기에 부산 분위기가 급속히 식었다”며 “전반적으로 위기 의식이 커져서 ‘보수 재집결’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反尹·非明이 조국으로 결집… “텃밭 개념은 점차 붕괴”

반면 평론가들은 ‘구도 변화’와 조국혁신당 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까지 중도층은 윤 대통령, 이 대표에 대한 반감이 커 투표 자체를 포기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이 선전하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흐름이 여론조사 참여, 더 나아가 투표 참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PK 중도층의 역(易)내로남불 여론과 ▲반윤비명(反윤석열, 非이재명) 표 결집을 꼽았다. 그는 “민주당 최대 약점은 이재명, 국민의힘 최대 약점은 윤석열인데, ‘반윤비명’ 표가 조국이란 인물을 도구로 결집했다”며 “투표장에 안 가려던 이들이 ‘비조’(비례대표 조국혁신당 투표)하려다 ‘지민’(지역구 민주당 투표) 하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원래 ‘지민비조’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비조지민’이 된 격이라는 뜻이다.

최 소장은 “이재명이 아무리 한동훈·윤석열을 공격해도 설득력이 없지만, 조국은 가족 전체가 검찰에 털리고 수차례 압수수색을 받았다. 똑같이 공격해도 호소력이 있다”며 “조국이 ‘한동훈 딸, 윤석열 아내도 똑같이 수사하라’고 하면 조국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벗어나 갈 곳 잃은 중도층에 설득력을 갖게 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조국신당이 등장하면서 PK의 침묵하던 중도, 범야권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참여한 영향”이라고 했다.

다만 이런 현상이 일부 연령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은 한계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건 대부분 4050세대다. 20대에선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를 지지했던 2030 다수가 2019년 ‘조국 사태’로 지지를 철회했다. 조 대표는 장학금 특혜·증명서 위조·대리 시험 등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극한 경쟁에 내몰린 2030에게 ‘불공정한 조국의 정권심판’은 울림이 없다는 얘기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YS)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텃밭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며 “10~20% 수준으로 민주당이 깨지던 시대는 지났고, 패배하더라도 40%대에 달한다. 수치상 격전지로 부상한 게 맞는다”고 했다. 여당의 선거 전략도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국민의힘이 ‘낙동강 벨트’를 허술하게 본 것 같다”며 “조해진, 김태호 등 여당 중진을 재배치한 것이 통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권심판론은 큰 변수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 평론가는 “정권심판론은 이번에 특별히 작용한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며 “역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건 (박근혜 정부 때인)2016년 뿐이다. 정권심판론 속에 여당이 혁신 또는 중도 확장으로 대응해 정작 선거에선 이겼다”고 했다. 최병천 소장도 “양당제가 본격화한 2004년부터 야당이 이긴 건 한번 뿐이다. 정권심판론은 언제나 있었다”며 “(이번 여론조사는) 정치 지형 자체가 바뀐 게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수치”라고 했다.

한편 KBS부산·국제신문이 의뢰한 여론조사는 면접원에 의한 전화면접조사다. 성·연령·지역으로 층화된 가상번호 내 무작위추출 방식으로 표본을 선정했다. 응답률은 북갑 15.5%, 남구 14.6%, 사상구 15.0%, 사하갑 17.1%, 부산 해운대갑 12.8%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4.4%p다.

부산일보·부산MBC 공동 여론조사는 휴대전화(무선 100%)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자동응답(ARS) 조사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사하을 8.3%, 연제 8.4%, 북갑 9.7%, 북을 8.0%, 서동 7.6%, 남 7.6%, 사하갑 8.3%, 사상 7.6%, 강서 7.0%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서동·남 95% 신뢰수준에 ±4.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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