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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경 의무 폐지, 소규모 농가는 규제 면제…내달 유럽의회 가결시 확정


EU 본부 주변서 열린 트랙터 시위
(브뤼셀 E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도심에서 열린 트랙터 시위. 2024.3.26 [email protected]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26일(현지시간) 농가가 직불금 수령을 위해 지켜야 했던 환경규제 완화에 '속전속결'로 합의했다.

EU 27개국 농업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공동농업정책'(CAP)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날 실시된 승인 투표에서 기권표를 던진 독일을 제외하고 모든 회원국이 찬성했다고 EU 전문매체 유락티브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개정안은 내달 22∼25일 열리는 유럽의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시행이 확정될 전망이다.

1968년부터 수립되기 시작한 CAP는 EU 회원국 공동의 농업 정책 방향성을 담은 법적 가이드라인으로, 농가가 직불금을 받기 위해 지켜야 하는 요건을 명시한다.

2021년 개정돼 작년 1월부터 2027년까지 시행 중인 CAP는 '친환경 농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면 환경 보호를 위해 전체 면적의 4%를 휴경지로 남겨둬야 하는 이른바 '휴경 의무'가 폐지된다.

휴경하지 않더라도 직불금 지급 시 별다른 불이익을 주지 않되 자발적으로 휴경을 하는 농가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의무는 유럽 농가에서 가장 불만이 컸던 규제였다.

또 10㏊ 미만 규모 소규모 농가는 CAP상 명시된 환경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며 불이익 처분에서 제외된다.

10㏊ 미만 농가는 전체 직불금 수혜자의 65%, 농지 면적 기준으로는 9.6% 정도다.

타이어에 불지른 트랙터 시위대
(브뤼셀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도심에서 열린 트랙터 시위. 도로에 놓인 타이어에 불을 지른 모습. 2024.3.26 [email protected]


EU 상반기 의장국인 벨기에의 다비드 클라린발 농업장관은 "우리는 농부들의 얘기를 들었으며 그들의 우려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신속히 조처했다"며 "(개정안은) 농가와 회원국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행정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CAP 환경 목표와 올바른 균형을 잡았다"고 강조했다.

이날 EU 회원국의 합의는 집행위 개정안 발표 11일만으로, 통상적으로 EU 정책 논의에만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신속히 이뤄진 것이다.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수개월째 유럽 각지에서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가 격화하자 서둘러 대책에 합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조처가 시위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농민들은 EU 대책이 여전히 불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농업장관회의가 열린 이날도 트랙터 약 300대가 EU 본부 주변을 점거하면서 브뤼셀 도심 일대 교통이 사실상 마비됐다.

최근 두 달 사이 트랙터 시위대가 브뤼셀을 점거한 건 세 번째다.

전체적인 규모는 줄었지만 EU의 잇따른 대책 발표에도 시위는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일부 농민이 EU 이사회 건물 앞 도로에서 불을 지르고 경찰을 향해 계란을 던졌다. 경찰이 세운 방어벽을 뚫기 위해 돌진하는 트랙터도 있었다.

경찰은 주요 도로의 차량통행을 전면 통제하면서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대응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규제를 완화한 EU의 행보를 잇달아 비난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을 포함한 16개 환경 관련 단체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앞으로 보낸 공동 서한에서 EU가 환경규제 완화에 따른 사전 영향 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집행위가 환경규제 완화 명분으로 앞세운 'EU내 농업 위기'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개정안은 환경 요구사항을 단순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환경보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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