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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 대피 도운 10대 할릴로프·돈스코이
테러범 타지키스탄 출신…이민자 혐오 커져
영웅 대접 받는 할릴로프 역시 이민가정 2세
모스크바 테러 현장서 사람들의 대피를 도운 이슬람 할릴로프.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텔레그램

무차별 총격과 방화로 최소 139명이 숨진 러시아 모스크바 테러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10대 소년들이 사람들의 대피를 도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각) 비비시(BBC) 보도를 보면, 이슬람 할릴로프(15)와 아르툠 돈스코이(14)는 지난 22일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테러 현장에서 사람들의 대피를 도운 공로로 이날 러시아 아동권리위원회에서 상을 받았다.

“모두 빨리 이쪽으로 뛰세요”

테러 당시 이들은 공연장의 물품보관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할릴로프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격이 시작됐을 때) 수리 작업 때문에 시끄럽거나 누군가 난동을 부리는 줄 알았다. 사람들이 뛰어가는 걸 보고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할릴로프와 돈스코이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곧 당황한 이들을 비상구로 안내했다. 할릴로프는 사람들과 탈출하며 직접 찍은 영상에서 “모두 빨리 이쪽으로 뛰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당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현지 축구팀인 에프시(FC)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축구 팬인 할릴로프를 초대하고 경기 입장권을 선물했으며, 러시아 래퍼인 모르겐시테른은 할릴로프에게 감사의 표시로 100만루블(약 1400만원)을 전달했다.

25일(현지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국립도서관 앞에 마련된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추모공간에 한 시민이 서 있다. EPA 연합뉴스

한편, 테러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4명이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 국적자로 드러났고,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테러 배후를 자처하면서, 테러 이후 중앙아시아인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혐오가 높아진 상황이다. 비비시는 자유유럽방송(RFE/RL)을 인용해 키르기스스탄 출신자들이 러시아 입국을 거부당하고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이틀째 갇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테러 다음날인 23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의 모습. AP 연합뉴스

다만 탈출을 도운 공로로 현지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 할릴로프 역시 키르기스스탄 출신 부모를 둔 이민자 2세다. 할릴로프는 “너무 무서웠지만 내 뒤에 누군가를 남겨놓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솔직히 내가 영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일의 일부였을 뿐”이라며 “100명이 죽는 것보다는 나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무슬림 지도자인 무프티 셰이크 라빌 가누트딘은 29일 할릴로프에게 최고 무슬림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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