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례적 직접 구형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 박 전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대구를 찾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4·10 총선을 보름 앞두고 보수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 3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지난해 12월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대구 달서을에 출마한 윤재옥 원내대표와 대구 달서갑에 공천을 받은 박 전 대통령 측근 유영하 변호사 등이 함께했다.
한 위원장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국정 전반과 현안들, 그리고 살아오신 얘기 등 여러가지에 대해 굉장히 좋은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난 것을 언론을 통해 봤다. 경제도 어렵고 나라도 많이 어려운데 이럴 때일수록 위기에서 뜻을 모아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유 변호사는 두 사람이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2018년 2월 국정농단 사건 1심 결심 공판에서 “대통령의 직무권한을 사유화함으로써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가치를 훼손했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한 위원장의 대구 방문은 보수 지지를 다지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보수 일부에서는 국민의힘이 5·18 북한군 개입 발언을 한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출신 도태우 변호사의 대구 중·남 공천을 취소한 것을 두고 ‘보수를 홀대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대구 근처 경북 경산에서는 과거 친박이었던 최경환 무소속 후보가 조지연 국민의힘 후보를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수도권·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한 ‘유승민 전 의원 총선 역할론’에 관한 기자들 질문에 “특별히 생각해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또한 박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유 전 의원에 대한 보수층의 거부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오후에는 울산 북구·남구와 일명 ‘낙동강 벨트’인 경남 양산시, 부산 사하구 등 부산·경남(PK) 내 험지를 연이어 돌며 지원 유세에 나섰다. 한 위원장은 지난 14일에도 경남 김해시와 부산 북구·사하구를 찾았는데,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는 조사가 이어지자 2주 만에 다시 낙동강 벨트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