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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내부 관계자 “응급의학과 전문의에 타과 파견 근무 지시”
21개 병상 중 9개 운영… “야간 응급 심근경색환자 못 받아”
26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구급차가 서 있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이틀째인 26일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 중 하나인 강북삼성병원이 전날부터 응급실 병상을 대폭 줄이고 일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다른 과로 파견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응급의학 관계자들은 병원 측이 사실상 중증 응급 대응을 멈춘 것과 다름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북삼성병원은 전날 응급실 병상 수를 대폭 축소하고 기존에 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중환자실 등으로 파견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에 따르면 기존 응급실 병상은 21개였으나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점차 줄어들다 이날 들어 7개로 축소됐다. 응급실 근무 간호사 다수도 무급 휴가 사용에 들어갔다. 이는 전공의 이탈로 상급종합병원마다 의료 수익이 줄면서 긴축 재정에 돌입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 관계자는 “경영진이 25일부터 응급실 운영 병상 수를 더 축소하고 일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중환자실에 파견하는 등 인력을 재배치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야간(오후 8시~익일 오전 8시)에 응급 중증환자, 특히 심근경색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중환자실 등 타과에서 파견 근무를 하기 때문에 야간 대응 인력에서 빠지게 된다. 또 심근경색 치료를 위해서는 관상동맥조영술(CAG, coronary angiography)을 해야 하는데 이를 담당할 순환기내과(심장내과) 당직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26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신경계 중환자실 앞에 환자가 병상에 누워 대기하고 있는 모습.

관상동맥조영술은 급성 흉통환자에게 관상동맥 조영 촬영 검사를 하는 의료 행위다. 이를 통해 관상동맥이 막힌 부위가 발견된 급성심근경색 환자는 관상동맥 성형술까지 급박하게 시술해야 한다. 다른 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심장내과도 인력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밤에는 급성 심근경색과 같은 응급 중증 환자를 볼 수 없게 됐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119상황실 등에 ‘흉통환자는 볼 수 없다’고 통보하게 된다.

이날 강북삼성병원에선 보안팀이 병원 내·외부 취재를 통제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는 “가동되는 응급실 병상이 계속 줄고 있다. 병상 수가 줄어들면서 응급실 의사 선생님들이 다른 곳으로 가게 됐다”고 전했다. 다른 병동 간호사도 “응급실 병상 수를 줄인 게 맞다”며 “아까 잠시 응급실에 들렀는데 병상 6개 정도가 차 있었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응급실이 매우 한산한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만난 타과 전문의들은 병원 측의 이 같은 결정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도록 배정된 인원이다. 그런 식으로 근무하는 게 사실이라면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병원 관계자는 이날 “현재 내과 전문의와 중환자실 전문의가 교대로 중환자실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26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출입구에 의정갈등으로 인한 진료 지연에 대한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병원 측의 무급 휴직 조치에 대한 간호사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한 30대 간호사는 “간호사들은 평소에도 근무일인데 스케줄이 비게 되면 강제로 연차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병상 수를 대폭 축소해서 운영하다보니 환자가 없어서 무급 휴가를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서는 강북삼성병원의 이 같은 조치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불가피하게 도입된 비상진료체계 틈새를 노린 결정인데다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응급센터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따르면 응급실 전담 전문의는 타과 진료를 볼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전공의 집단 이탈 후 한시적으로 평가를 유예하면서 강북삼성병원이 응급실 전문의를 중환자실 등 타과로 파견 조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응급 중증 대응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응급의료기관 평가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배려를 했던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응급실 병상 수를 줄여 받을 수 있는 환자 수도 줄여놓고, 여기에 더해 근무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까지 빼서 중환자실에 투입하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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