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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댕기자의 애피랩
짝짓기 앞둔 동물들의 ‘사랑 고백’ 필살기
남반구 대양에 사는 검은눈썹앨버트로스 부부가 번식기를 맞아 구애 행동을 하고 있다. 프란세스코 벤투라 제공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email protected]로 보내주세요!

Q. 따뜻한 봄기운이 다가오니 거리에 꽃들이 피어나고, 길고양이도 제 짝을 찾아 ‘야옹야옹’ 울어댑니다. 새들도 부쩍 구애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 같고요. 아마도 짝짓기 철이 다가왔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만, 동물은 어떻게 호감을 전하나요?

A. 새들의 구애 행동은 비교적 유명한 편입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특유의 노래를 부른다거나 곤충을 잡아다가 선물하죠. 또 서로의 깃털을 다듬어주는 등 ‘애교’를 부리며 친밀감을 표현하고요. 번식철에는 깃털 색을 더 화려하게 바꿔서 외모를 꾸미는 새들도 있습니다. 선물을 가져다주거나 겉모습에 신경을 쓰는 점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를 바 없지요.

꼬리감는원숭이가 서로의 털을 골라주고 있다. 위키피디아코먼스

한편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기이하고 독특한 구애 행동을 하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먼저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온몸에 자신의 소변을 바르는 꼬리감는원숭이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에 서식하는 꼬리감는원숭이는 구애의 상대가 나타나면 손에 소변을 모은 뒤 이를 자신의 털 구석구석에 칠합니다. 미국 텍사스주 트리니티대학 연구진은 꼬리감는원숭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암컷의 두뇌 활동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했는데요, 수컷의 오줌이 성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암컷의 뇌가 어린 수컷의 소변보다 우두머리 수컷의 소변을 접했을 때 더 많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암컷이 소변을 통해 수컷의 사회적 지위나 건강 상태를 파악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구애에 소변을 활용하는 동물은 원숭이뿐만이 아닙니다. 북아메리카 침엽수림에 사는 캐나다산미치광이(캐나다호저) 암컷은 일 년 중 단 8~12시간만 짝짓기가 가능합니다. 암컷은 때가 되면 자신의 소변 성분을 바꿔 수컷들을 유혹하는데요, 이를 통해 암컷의 발정 기간을 눈치챈 수컷들은 암컷이 사는 나무 주위로 모여들어 서로 싸움을 벌입니다.

북아메리카 침엽수림에 사는 캐나다산미치광이. 위키피디아코먼스

싸움에서 이긴 한 마리가 마침내 암컷이 있는 나무 위로 올라가지만 그렇다고 바로 짝짓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암컷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죠. 이 과정에서 수컷은 암컷에게 자신의 소변을 뿌리는데요,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요. 울디스 로즈 뉴욕시립대 생물학 명예교수는 “수컷의 소변에는 짝짓기를 서두르게 하는 화학 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고 과학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설명했습니다.

소변을 이용한 구애보다 조금은 일반적인(?) 방식도 있습니다. ‘결혼 선물’을 주는 것이죠. 전 세계에 흔하게 서식하는 닷거미 수컷은 위험을 무릅쓰고 짝짓기에 나섭니다. 암컷이 쉽게 짝짓기를 허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교미를 마친 뒤에는 잡아먹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그런데 2016년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거미줄에 돌돌 만 곤충 사체를 선물로 가져간 수컷의 경우 교미 뒤에도 살아남는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연구진이 닷거미 280마리를 관찰했더니 곤충을 선물로 가져간 수컷은 3.6%만 잡아먹혔지만, 선물 없이 나타난 수컷은 15%가 짝짓기 뒤 암컷의 뱃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선물을 준비한 수컷의 경우에는 짝짓기 시간도 더 길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더 많은 정자를 전달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가능성도 커졌을 겁니다.

붉은극락조의 수컷은 화려한 깃털을 뽐내며 암컷에 선택받기 위해 춤을 춘다. 앤디 사요고/국제동식물협회 제공

구애 행동이라면 화려하고 열정적인 새들을 빼놓을 수가 없죠. 남반구의 바닷새 앨버트로스는 평생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새입니다. 10살이 되면 짝을 찾아 나서는데요, 괴상하고 독특한 구애의 춤을 추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머리를 위아래로 열정적으로 흔들며 호감을 표시하는 앨버트로스도 대단하지만, 극락조는 춤 실력은 물론 체력까지 겸비해야 합니다.

동물행동학자 제니퍼 베르돌린 박사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 섬과 주변 섬에 서식하는 극락조는 ‘무대’가 될 땅을 다지는 작업부터 주변 이물질 제거, 실제 춤을 선보이기까지 무려 몇 시간 동안 춤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좋은 짝을 찾기 정말 쉽지 않습니다.

육상동물만 구애를 벌이냐고요. 아닙니다. 우리나라 갯벌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흰발농게는 짝짓기에 앞서 커다란 앞발을 흔들며 구애의 춤을 추고, 자신의 땅파기 실력을 과시하듯 진흙 뭉치 여러 개를 자신의 집 앞에 쌓아놓는다고 합니다. 또 자신만의 구조물을 공들여 만들어 암컷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고요. 암컷은 이 구조물을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진흙 뭉치가 얼마나 많은지 보고서 짝을 선택한다고 하네요.

동물들의 사랑 고백, 어떻게 사람보다 로맨틱하게 느껴지시나요?

인용 논문
American Journal of Primatology, DOI: 10.1002/ajp.20931,
Biology Letters, DOI:10.1098/rsbl.2015.1082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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