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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소속 사무관 A씨(30대 초반)는 수도권 산하 청 단위 기관 전출을 고민하고 있다. 입직 2년째 까지만 해도 현 부처에서 계속 일하며 결혼 뒤에도 세종에 가정을 꾸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후엔 매일 이어지는 야근, 매주 가족·친구가 있는 서울을 오가는 것에 지쳐갔다. “결혼 뒤에도 밥 먹듯 야근할텐데 연고도 없는 세종에 따라가 잘 살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는 여자친구의 말은 결정타가 됐다. A씨는 “옛날처럼 중앙부처에서 일한다고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수도권 소재 일과 삶 균형(워라밸)이 좋은 기관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5급 국가공무원 근무처에 대한 MZ 사무관·공시생 선호도가 요동치고 있다. 중앙일보가 최근 6년(2018~2023년) 사이 입직한 5급 공무원 40명과 서울 주요대학 5급 공채 준비반 학생 등 30명을 합쳐 총 70명에게 가고 싶은 중앙행정기관을 묻자 문화체육관광부(13명)가 1위로 나타났다. 2위는 기획재정부(10명), 3위는 금융위원회(7명)였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4명), 국세청·통계청·해양수산부(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차준홍 기자
기피하고 싶은 기관은 기재부가 1위(13명)였다. 이어 여성가족부(10명), 복지부(7명), 산자부·고용부(6명) 등이 뒤를 이었다. 기재부는 높은 업무 강도(8명·중복응답),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5명), 승진 적체(2명) 등으로 인해 기피 부서가 됐다. 문체부 소속 사무관 김모씨는 “야근이 잦고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에 승진까지 느린 곳”이라고 말했다. 여가부를 기피 부서로 고른 사무관 양모(28)씨와 준비생 조모(25)씨는 “부처 존폐 등 불안정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과거 수십년간 이어진 재경·산업 부처 선호 추세에 지각 변동이 생기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63년부터 지난해까지 행정고시 등 5급 공무원 시험 수석 116명의 첫 배치 부처를 조사해보면 현 기재부 같은 재정·예산 부처가 42.2%(49명)로 압도적 1위였기 때문이다. 이어 현 산자부와 유사한 산업 관련 부처가 12.9%(15명), 행정 관련 부처가 8명으로 약 7%였다.

차준홍 기자
이는 이른바 조직보다는 개인, 워라밸 등을 중시하는 MZ세대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일보가 설문한 현직 5급 공무원 40명에게 “입직 당시 1~3지망 기관을 선택할 때 고려한 요소”를 묻자 ‘업무흥미(25명·중복응답)’를 제외하면 ‘워라밸·조직문화’를 꼽은 이들이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밖에 중요한 부처 지망 요소로는 근무지 위치(8명), 전문성 제고 및 퇴직 뒤 진로(4명) 등이 꼽혔다.

근무지 위치를 중시하는 이들은 수도권에 소재한 금융위·감사원(2명), 방사청·통일부·여가부·국방부(1명) 등을 지망 부처로 꼽았다. 금융위 소속 한 사무관은 “소개팅 시장에서 공무원 메리트는 수도권 근무자만 받을 수 있다는 농담이 있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김주원 기자

‘전문성 제고, 퇴직 뒤 진로’를 중시하는 이들은 국세청(2명)과 공정위·특허청(1명) 등 선호도가 높았다. 경실련 산하 경제정의연구소는 2022년 2016~2021년 퇴직자 가운데 국세청(81명)의 민간기업 진출 인원이 경제 관련 8개 부처 중 가장 많았다고 분석했다.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 출신 역시 법무법인과 대기업에서 수요가 높다.

5급 공무원들의 선호 부처 전환 현상은 과거의 국가 주도적 경제 구조와 달라진 환경, 가치관·문화 변동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공무원은 개발을 주도한 사회 변화의 역군 기능·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개발을 주도하는 역할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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