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아현역에서 시민들에게 김동아 서대문갑 후보, 이지은 마포갑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대장동 재판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총선 지원을 이유로 재판 연기를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오히려 강제 구인 가능성을 언급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출석 직전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과 서울 서대문갑 유세 현장에 등장해 "제 손발을 묶겠다는 의도"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이 대표는 이날 아침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에 출연, 검찰이 의도적으로 총선에 개입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가 시청자 대부분이 야권 지지자인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한 것은 2년 전 당대표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다른 재판부들은 주가조작 사건 이런 것들도 다 연기하는데 이거(대장동 재판)는 검찰이 절대 안 된다고 했다"며 "제 손발을 묶겠다는 검찰의 의도 같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로 미뤄진 김건희 여사 관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을 들어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어 "권투하는데 한 손을 묶으면 이기기 쉽지 않다. 발도 묶어놓고 때리면 재밌겠죠"라며 "검찰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지지층을 향해선 "이재명의 손발을 묶어 법정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더라도 국민 지지자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 "선거운동 기간에도 재판 일정을 잡아 반드시 나와라"라고 한다며, "정말 검찰이 이러면 안 된다. 국가기관이잖아요"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는 이후 서대문갑 유세 현장에서도 검찰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검찰이 정치를 하다 보니까 굳이 제가 없어도 되는 재판을 굳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또 할 수 없이 재판을 가게 됐다"고 했다.

같은 당 우상호 의원이 "선거 일정이 시작되는데 대표를 계속 재판 일정에 불러낸다면 명백한 선거 방해행위"라고 지적하자, 이 대표는 "검찰이 문제"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 대표는 "지금은 피고인 이재명의 반대신문이 끝나고 정진상 피고인의 반대신문을 하는 시기여서 저는 하루 종일 남 재판을 구경하는 입장"이라며 "검찰독재국가의 실상"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대장동 재판에 출석했다. 지난 12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이유로 오전 기일에 불출석했고, 19일엔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재판장은 이에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강제 소환도 고려할 수 있으니 일정을 조정해 출석해 달라"고 했다.

한국일보

우태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