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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핫플을 가다] ④ 서울 중·성동갑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에 출마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 각 후보 캠프 제공


경향신문이 지난 24일 서울 중·성동갑 지역을 돌며 만난 유권자들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 중·성동갑은 이번 총선의 핵심 승부처 ‘한강벨트’에 속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60)을, 국민의힘은 윤희숙 전 의원(54)을 각각 공천했다.

중·성동갑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19대 총선 때부터 내리 3선에 성공한 곳이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진수희 후보가 당선된 18대 총선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총선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히지만, 성수동에 고급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왕십리·행당동·도선동 등 뉴타운 집값이 오르면서 보수 세가 강해지고 있다. 2021년 서울시장 선거와 2022년 대선에선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섰고, 2022년 구청장 선거에선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15.2%포인트 차로 이겼다.

마장동 축산시장 한 상인은 “생활인구는 많아도 실거주민은 50%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민심 예측이 어려운 곳”이라고 설명했다. 성수동에서 20년 넘게 부동산업을 하고 있다는 A씨는 “원래는 호남에서 올라온 지역민들이 성수동 일대에 빌라촌을 이루며 살았는데, 최근엔 대기업들이 주택을 10억원, 20억원에 통매매하다보니 세대 수가 점점 줄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앞 교차로에 각 정당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유진 기자


지역구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탓에 두 후보 모두 ‘새 인물론’을 앞세운다. 치과의사와 변호사 출신으로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전 후보는 ‘민생 전문가’,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 출신인 윤 후보는 ‘경제 전문가’ 타이틀을 내세웠다.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만난 박모씨(76)는 “누가 오든 다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며 “결국 인물이 중요하다. 좀 더 전문성 있는, 능력있는 인물이 뽑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성수동 주민 김모씨(55)는 “옛날에야 지역감정으로 투표하고 했지만, 요즘은 많이들 깨우쳤지 않느냐. 무조건 민주당 강세도 옛말”이라며 “일 잘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공약 보고 더 나아 보이는 인물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확산하는 정권심판론은 중·성동갑에도 불어닥쳤다. 마장동 주민 김모씨(41)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출국’ 논란을 언급하며 “이런 정부는 살다 살다 처음 봤다. 절대로 국회까지 넘겨줘서는 안 된다”며 “이번 총선은 정부 견제를 위한 투표를 할 것”이라고 했다. 사근동에 수선집을 운영하는 임모씨(50)는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며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부자들 세금만 깎아주는 정부에 속이 터진다”라고 말했다. 행당동 왕십리 광장에서 만난 최모씨(63)는 “어차피 둘 다 이 동네에 연고도 없는 것 아니냐”며 “그럼 당 보고 찍어야지 어쩔 수 있나. 정부 하는 꼴이 한심해서 민주당 후보를 찍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서울 중·성동갑 후보가 지난 7일 거리에서 시민들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전 후보 캠프 제공


윤희숙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갑 후보가 지난달 22일 지하철역사에서 시민과 포옹하고 있다. 윤 후보 캠프 제공


유권자들은 민주당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행당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56)는 “민주당은 이재명당이 됐다”며 “다양성이 좀 있어야 하는데 전제주의 국가처럼 내 편만 남기고 싹쓸이를 했다”라고 지적했다. ‘성수동 토박이’라는 윤모씨(61)는 “임종석이 (인사하러) 엄청나게 다녀갔는데, 한순간에 그렇게 쳐내는 걸 보고 (민주당은) 틀렸다 생각했다”며 “여기도 이제 한 번 싹 바뀔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제3지대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감지됐다. 행당동 주민 정모씨(74)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다 흠결이 많아 보인다. 차라리 제3대가 힘을 얻어서 ‘탁’ 치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금태섭, 조응천, 이원욱 이런 인물들이 아까운 것 같다”며 “세력이 비등비등하면 밀어주겠는데 거대 양당에 눌려 빛을 못 보니 (투표를) 하나 마나 하지 않겠나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는 지역구 후보에 대해선 “전현희든 윤희숙이든 둘 다 그렇게 모나게 보이진 않는다. 50 대 50”이라고 평했다.

지난 2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인근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진보당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이유진 기자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중·성동갑은 총선일이 가까워질수록 민주당 우세로 바뀌는 분위기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중·성동갑 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8~20일 전화 면접 조사를 한 결과, 양자 대결에서 전 후보 지지율은 45%, 윤 후보는 28%로 나타났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17%포인트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밖이다.

전 후보는 지역 특화 공약으로 ‘교육 특구 1번지’를 최우선으로 제시했다. 전 후보 캠프 관계자는 “재선 국회의원이자 국민고충해결부처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출신의 ‘유능한 민생전문가’인 전현희 후보를 뽑아달라”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역 발전 공약으로 성수 지구 미래형 첨단산업벨리 조성을 내걸었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성동 발전을 위해 경제전문가로서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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