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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상관없는 참고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내가 꼰대가 되는 건지, 세상이 이상해지는 건지….”

자신을 10년 차 교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의 일부분입니다. 그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수업 태도가 점점 더 안 좋아진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배움에 대한 열의가 사라진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고, 이제는 기본적인 사항마저 지켜지지 않는다고요.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A씨는 “교과서가 없어도 빌려오거나, 쉬는 시간에 미리 와서 ‘혹시 해당 부분을 복사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는 애들조차 거의 없다”며 “수업을 시작해도 교과서를 안 펴고 있길래 물어보면 그제야 ‘책이 없는데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습니다.

A씨는 또 숙제를 안 해오는 일이 당연시 여겨질 때가 많고, 자신과 선생님을 비교하며 불합리함을 주장하는 학생도 종종 본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데, 자신은 왜 사용할 수 없느냐고 항의하는 것이죠.

A씨가 생각한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자신의 체감상 학생들의 학교 이탈이 더욱더 잦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는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앓거나 자해를 하는 등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SNS 중독도 심각하다”며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했죠. 치료를 받는대신 정서적 고통을 호소하며 무작정 결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충분히 학교에 올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부모들로부터 “아이가 쉬고 싶다네요”라는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지각을 한 학생에게 사유를 물어보면 “엄마가 늦게 태워줬는데요”라며 지각을 왜 하면 안 되는지 전혀 이해를 못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일 때도 많고요.

A씨의 글을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겁니다. A씨가 근무 중인 학교의 사례를 전국의 수많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인 것처럼 생각할 수도 없겠지요. 그러나 A씨의 글에 자신 역시 교사라고 밝힌 많은 네티즌이 공감한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한 네티즌은 “고등학교 교사인데 교과서를 펴게 하는 것도 힘들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도 아니고”라며 수업을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고 했습니다.

다른 네티즌은 “교사라면 다들 공감할 이야기”라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 역시 “(학생들이) 수업 도중 화장실에 가는 빈도도 늘었다. 선생님의 말을 끊고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수업 내내 몇 번씩 들락날락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말했죠.

A씨의 글에 공감된다고 말한 네티즌들의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실제 교사들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5년 차 국어 교사인 B씨는 24일 국민일보에 “(A씨 글에서) 특히 교과서 부분에 공감이 많이 된다”며 “책상 위에 아무것도 안 올려두고 있다가 선생님이 물어보면 그제야 없다고 하는 아이들을 자주 본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3년 차 교사 C씨는 “우울증이나 ADHD를 겪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다른 학생과 소통하거나 갈등을 해결하는 등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꽤 있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상담을 할 때도 많다”고 했습니다.

5년 차 과학 교사인 D씨도 “(많은 학생이) 출석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다”며 “늦어도 뛰는 아이들이 거의 없고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학교에 못 보낼 것 같다고 전화한 학부모도 있었다”고 말했죠.

B씨도, C씨도, D씨도 저마다 느꼈던 학생들의 부적절한 수업 태도에 대해 토로했지만, 인터뷰 말미에는 모두 학생들에 대한 ‘걱정’을 꺼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체감하기에 지켜보고만 있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선생님이 개별적으로 지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공론장으로 꺼내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할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C씨는 학생들 걱정에 인터뷰 내내 한숨을 쉬면서도 “그래도 예쁠 때가 더 많다”고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교사를 꿈꿨다는 그의 모바일 메신저를 보니 프로필에는 자신이 담임 선생님이었던 학생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죠. 이렇게 고민하고, 또 걱정한다는 건 교사로서 자신의 책무에 진심을 다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누구보다 제자를 사랑하는 이들의 깊은 한숨에 덩달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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