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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검찰이 휴대전화 등 디지털 증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영장 범위 밖 정보를 폐기하지 않고 당사자 동의 없이 보관해 위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 역시 검찰의 이러한 위법 관행을 인지하고 통제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사법부가 압수수색 사전심문 제도를 추진하는 배경에도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현재 법원은 서류심사만 거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수사기관 관계자를 불러 심문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영장 집행 전 과정에 걸쳐 사법부의 통제권을 키울 수 있다.

24일 한겨레 취재 결과,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 그 일환으로 수사기관의 디지털 증거 보관·폐기 실태와 관련해 기초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주장대로 영장 범위 밖 정보 저장 행위가 증거의 무결성 입증에 필수적인 것인지, 증거 관리를 위한 별도의 독립 조직 필요성은 없는지 등에 대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6월 대법원 형사법연구회와 한국형사법학회가 함께 주최한 공동학술대회에서도 수사기관의 디지털 증거의 보관과 폐기에 대한 우려가 언급됐다. 발표자로 나선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압수·수색된 증거와 정보가 어떻게 보관되는지, 무관 정보가 (실제) 폐기되는지 알 수 없다”며 “‘압수를 한번 당한 사람은 평생 불안함에 떨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보여주듯 피압수자의 소송 외적 부담은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영장을 발부하는 판사가 기본권 침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증거를 압수수색할 때에는 현장에서 혐의 관련 정보를 일일이 선별해 압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자료 전체를 복제(이미징)하여 수사기관으로 반출하는 걸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이후 피압수자 쪽 참관하에 범죄 혐의와의 관련성 여부를 따지는 선별 작업을 거치고, 무관 정보는 즉시 폐기한다. 조 교수는 전자정보 압수수색 영장 대면심리 제도를 도입하면 압수가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특정할 수 있어 압수물의 범위 등을 비교적 정확히 나눌 수 있고, 이 경우 자료 전체를 복제해 수사기관으로 반출할 필요가 적어지기 때문에 무관 정보 취급과 관련된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장재원 부장판사도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 제도가 도입된다면 논란 있는 전자정보 등에 대해 사전에 선별 압수하는 효과가 기대될 뿐 아니라 무관 정보 압수에 대해 사전에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당시 학술대회에 검찰 쪽 인사로 참석한 한문혁 부장검사는 제도 필요성을 부인하며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는 탐색 과정에서 압수되지 않고, 탐색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보유하였던 정보는 모두 삭제·폐기한 다음 그 내역까지 모두 피압수자에게 통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뉴스버스와 한겨레 보도를 통해 검찰이 실제로는 무관 정보까지 통째 보관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검찰 쪽 논리가 궁색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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