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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라면' 개발한 김현정 시 브랜드기획팀장 인터뷰
서울시 공무원이 만든 라면이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수출된다.
서울시는 24일 "오는 5월부터 미국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서울라면이 수출된다"며 "시장 반응이 좋은 만큼 국물과 짜장라면 각 40만개씩 추가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라면, 누적 29만개 팔리며 인기몰이
서울라면은 서울의 맛을 알리기 위해 만든 라면으로 지난 2월 출시됐다. 맛은 국물과 짜장의 두 가지다. 일본의 ‘도쿄 바나나빵’이나 하와이의 ‘호놀룰루 쿠키’처럼 도시를 상징하는 굿즈(Goods·기획 상품)로 라면을 만들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브랜드 라면을 만든 건 서울라면이 처음이다. 식품회사인 풀무원과 함께 만든 서울라면은 누적 29만개가 팔릴 만큼 반응도 좋다. 출시 초 서울 중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 스토어에서만 팔리던 것에서 현재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쿠팡 등으로 판로를 넓혔다.

지방자치단체 최초 자체 브랜드 라면인 서울라면을 개발한 김현정 서울시 브랜드기획팀장. 서울라면은 지난 2월 출시 이래 누적 29만개가 팔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오는 5월부터 미국 등으로 수출도 한다. 매운 맛 중심의 국물라면과 짜장라면 2종이 있다. 사진 서울시

라면 개발의 주역은 서울시 김현정(43) 브랜드기획팀장과 시 곳곳에서 모은 팀원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발표된 서울의 새 도시브랜드 '서울마이소울'을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이 만든 굿즈는 볼펜과 텀블러, 자석류 등 75종에 이른다. 김 팀장은 지난 21일 중앙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K-문화와 밀접하면서 내·외국인이 확실히 좋아할 만한 무엇인가가 필요했다"며 서울라면을 개발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메인 굿즈로 라면 개발을 추진했지만, 이후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김 팀장은 무작정 국내 주요 라면 제조사를 일일이 찾아다녔다. 상황 설명을 하고 라면 개발을 맡아줄 수 있는지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답은 "돈을 내고 사라"였다. "생산 라인을 돌리기 위해 최소주문물량(MOQ)을 채워달라"는 요구도 많았다. 이후 그는 접근 방식을 바꿨다. 라면 회사를 돌며 일일이 제품 취지를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PT)을 했다. 그는 "공무원이 된 지 19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회사에서 서울시를 홍보하는 피티를 했다"며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웃었다. 끝없는 구애 끝에 풀무원과 손을 잡았다.



두 달 넘게 '서울의 맛' 찾아…"시청서 라면 냄새 난다" 민원도
라면 제조기업까지 정했지만, 제품 개발은 또 다른 난제였다. 서울을 대표하는 만큼 맛과 건강, 개성 등을 고루 잡아야 했다. 건강을 위해 칼로리를 낮추는 것은 기본. 실제 서울라면은 360kcal로 기존 제품보다 10~15%가량 열량이 낮다. 그는 기존 제품의 포장만 바꾸는 일은 아예 배제했다고 했다. 대신 풀무원 라면의 맛을 기본으로 원하는 맛을 더하고 빼는 작업을 두 달여간 이어갔다. 이 기간 그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시청 본관 2층은 라면냄새가 진동했다고 한다. 인근 부서에서는 "도대체 왜 맨날 라면냄새가 나는 거냐"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개발 중인 라면을 맛본 오세훈 서울시장도 "짜장라면이 뻑뻑하게 느껴진다"고 의견을 냈다. 이와 관련 김 팀장은 "짜장라면의 칼로리를 낮추기 위해 파기름을 빼다 보니 면이 뻑뻑하게 느껴지는 문제가 있어서 춘장의 비율을 높여 점성을 조정했다"며 웃었다. 판매 제품인 만큼 생산단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었다. 실제 서울시에선 시 브랜드 픽토그램(그림문자)으로 만든 어묵 건더기 스프를 만들고자 했으나 비용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서울라면을 맛보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 서울시


우여곡절 끝에 라면을 개발한 다음엔 포장을 놓고 고민을 했다. 서울라면의 글씨체와 포장지 색, 풀무원과 서울시 로고 사이즈 등을 높고 협의가 이어졌다. 양측 모두 자신의 로고가 더 잘 보이길 원했다. 결국 국물라면 포장은 올해의 서울색인스카이코랄(Sky coral)을 활용했다. 한강의 핑크빛 노을에서 착안한 색이다. 라면 설명 문구 역시 한 줄 한 줄 만들고 협의를 이어갔다. 혹시 모를 문제에 대비해 법률 검토도 받았다.



라면 수익 중 일부는 사회공헌에 쓰여
서울라면을 통해 얻는 수익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가져간다. 대신 판매수익의 일부는 사회공헌사업에 쓰인다. 그는 "고생 끝에 개발한 라면의 판매가 순조로워 일단 다행"이라며 "라면을 시작으로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을 더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 굿즈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다음 먹거리 아이템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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